반죽을 사는 게 아니었어. 동글게 모양을 내 계란 옷을 입힌 동그랑땡이 프라이팬에 눌어붙어 검게 그을린다. 기름을 쏟아붓는데도
전업주부의 휴일은 감기로 시작됐다. 남편은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고 코가 막혀 불편한 열 살, 이마가 뜨거운 여섯 살과 함께 나는 집에 남겨졌다.
코가 막혀서 맛이 느껴지지 않아. 된장국과 김치전 동그랑땡과 두세 가지 과일이 올려진 식탁에서 아이들은 흰밥에 김만 찾는다. 단 간식만 먹으면 콧물이 끈적해져서 감기가 낫지 않아, 밥 먹고 반찬도 골고루 먹어야지. 간식을 제한하고 뛰지 말라고 소리치다가 아이들을 먹일 매 끼니를 고민하며 낮 시간이 지나갔다.
남편 없이 세 명이 누운 침대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곧 잠이 들었다. 자다가 한 번씩 발작적으로 기침하는 둘째 아이와 답답하다고 거실 소파로 나가 누운 첫째 아이 사이에서 어디에 내 자리를 두어야 하나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일곱 시간 걸려 본가에 도착했다는 남편이 떠오른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릴까. 오늘 나는 엄마 집에 갈 수 있을까
멸치 대 여섯 마리, 무 두어 조각, 파 흰 부분을 썰어 놓고 육수를 낸다. 계란을 풀어 소금 간을 하고 간장을 조금 섞어 육수에 부어 중간 불로 끓인다.
만둣국 먹고 싶은데.
계란찜에 밥을 말아 식히며 사과를 깎는다.
이물질이 낀 느낌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기침을 하다가 화장실로 달려가 코를 풀어내고 풀 내 나는 페퍼민트 차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에 얼굴을 가까이한다. 공원의 나무는 캄캄함에 묻히고 흰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나폴리 시리즈 네 권과 나쁜 사랑 시리즈 두 권까지 읽고(<홀로서기>와 나쁜 사랑 두 권째 책 <버려진 사랑>은 다른 제목의 같은 책이다.) 세 번째 책 <잃어버린 사랑>을 남겨 두고 읽기 시작한 엘레나 페란테의 에세이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읽으며 냉담과 냉소가 읽혔는데 그것은 잘못된 느낌이었다. 오히려 열정에 가까웠다. 나는 대부분 잘 못 느끼고 잘 못 쓰고 잘 못 해석한다.(잘 못 산다.)
이 구덩이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계란찜을 앞에 두고 만둣국이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이미 완성되어 버린 계란찜을 던져버리고 싶은 욕구에 몸이 떨릴 만큼
일어나 책상에 앉고. 책을 펼치고 둥그런 햄을 꺼내 꼬치에 끼워 굽고 미역을 불려 국을 끓이고 이불을 개어놓고 청소기를 돌리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 개의 인공 조명. 인위적인 건 사람과 가까워 좋다. 달은 얼마나 멀리 있는지
세월이 흐르면서, 제게 글쓰기는 반복되는 내면의 균형과 불균형에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51p
아무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성장 소설이야말로 제대로 된 성장 소설처럼 느껴졌죠. 52p
가장 힘든 도전은(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제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을 가둔 우리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12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