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픈 남자

이탈로 스베보 <제노의 의식>

by 북남북녀

전쟁 상황에서 제노 코시니는 “나는 바닥이 불타고 있는 건물 안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라고 쓴다. 쩍쩍 갈라지는 얼음 위를 걷는 듯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거나 현기증 이는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두려움에 대한 몰입, 살아내기 위한 연극 속에서 시들어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다.

시간을 건너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병이다. 흡연병, 기관지염, 신경과민, 상상으로 아픈 병 그게 무엇이든. 살아내기 위한 고통을 병은 우회한다. 삶이라는 혼돈 속에서 병은 잠잘 수 있게 하는 안식처다. 치료되기 위한 번잡스러운 행동으로 삶은 한 발 물러선다.

때마다 다양한 병을 앓는 신경증 환자 제노 코시니는 “삶은 힘들지, 하지만 아주 고유해.”라고 괴로워하는 친구에게 말한다. 병도, 삶도, 사람도 고유하다. 고통도 고유하다. 옳고 그르고 선하고 악하고를 벗어나서(‘고유하다’는 단어에서 <시지프 신화>가 떠오른다. 구원 없는 노동에 고통스러운 힘쓰기는 고유하다. 고유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아버지의 임종 순간의 충격과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과 친구의 어이없는 죽음과 파괴적인 전쟁을 겪으며 제노는 살아왔다. 거짓으로 진실로 사랑으로 미움으로 오해로


매일 아픈 남자가 “고통과 사랑, 그리고 인생까지도 괴롭다는 이유로 질병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얻기까지. 끊임없이 아프고 쉴 새 없이 살아낸다.

삶은 독을 지니고 있지만 해독하는 데 쓰이는 다른 종류의 독 역시 가지고 있다. p407

그날 자연에 몰입한 나의 경험은 잔인한 삶이 허락한, 그리고 자신이 희생자라고 생각하고 느끼는 걸 마침내 그만두는 위대한 목적이 실현되는 정말 드문 순간 중 한때였다. 빛나는 햇살에 너무나 사랑스럽게 부각되는 푸르른 자연 한가운데서 나는 내 삶과 내가 앓는 병을 향해서도 미소 지을 수 있었다.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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