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하다는 말과 아름답다는 말은 같은 뜻이다. <등대로>에서는 그렇다. 존재도 삶도 다각도로 비춰봐야 한다. 단순하지 않다.
혼자 있을 때는 쐐기 모양 어둠의 응어리로 느끼며 관계 속에서는 공감과 연민을 가지고 결합과 유대를 위해 애쓰는 램지 부인. 한쪽으로 치우친 성향은 타인의 결혼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램지 부인은 자신의 신경을 다스리기 위하여 타인의 결혼을 필요로 한다.(“그의 집을 방문할 때면 멋진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볼 수 없고, 꽃을 꽂아 줄 사람도 없어서 마음이 무척 안쓰러워져요.”라고 말하며 램지부인은 릴리에게 윌리엄 뱅크스와의 결혼을 종용한다.) 릴리의 생각으로 이런 램지부인의 성향(동정심)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녀 자신의 욕구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것으로 잘못된 판단이다.
자녀들은 폭정과 독재라고 느끼나 그것을 알지 못하는 램지 씨. 어린 시절 가난의 경험(두꺼운 외투 없이 겨울을 날 때도 종종 있었던)으로 근면하게 생활하나 타인의 호감을 얻지 못하는 찰스 탠슬리. 타인의 눈에는 결혼하지 않은 노처녀일 뿐인 릴리 브리스코 등 불완전한 인간은 애를 쓰며 살아간다. 자기만의 고독 속에서 연민의 불을 밝히며. 오해나 왜곡이 없다면 다행스러운 일, 자아에 붙잡힌 영혼은 타인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사람들로 들썩이던 집은 폐허로 변해가고 개인의 절박함은 표적을 빗나간다. 몰이해와 폭정아래 움직일 수 없다고 느끼며 부스러기와 파편뿐인 곳에서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곳에 죽음마저 드리워진다. “모든 것이 죽음의 들판을 이루었다.”
이 그림은 다락방에 걸리겠지만. 그녀는 생각했다. 이것은 둘둘 말려서 소파 밑에 처박힐 거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그림에 대해서도, 그건 사실이야. 이처럼 휘갈겨 놓은 것에 대해서도, 어쩌면 실제의 이 그림이 아니라 이 그림이 시도했던 것에 대해서, 그것이 “영원히 남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p292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민음사
이 그림이 시도했던 것에 대해서, 그것이 “영원히 남았다”라고. 둘둘 말려 소파 밑에 처박힐지라도
그리고 주부에게는 이런 순간이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 옷을 벗으며 뜬금없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떠한 이유도 없이 “나는 엄마가 좋았어. 애기 때부터. 애기는 말을 못 하니까 지금 얘기하는 거야. 나는 엄마가 좋고 예뻤어.”
"위대한 계시가 밝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위대한 계시가 찾아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대신에 사소한 일상의 기적이나 등불, 어둠 속에서 뜻밖에 켜진 성냥불이 있을 뿐이었다." 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