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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Feb 21. 2024

한 마디의 말


사람을 등지고 소파에 누워 있다. 태아자세로 누워 손 등으로 눈가를 훔친다. 나도야, 나도야. 얼굴 쪽으로 무릎을 끌어당긴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혼나서 그래, 자꾸 손으로 욕을 하잖아. 소파 앞에 앉아있는 남편의 대답.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은 최근 나도가 발견해 낸 새로운 장난이다.


작은 등을 쓸어내린다. 나쁜 뜻 아닌 거 알아. 재밌어서 장난으로 그러는 거. 엄마, 아빠는 너를 아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 아빠는 걱정돼서 말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하면 욕한다고 생각하거든.


잠을 자다가 내 배가 노출될 때면 나도는 일어나 상의를 잡아당겨 배를 덮는다. 이불까지 끌어올려 덮은 후 손바닥으로 두드린 후 다시 자리에 눕는다. 엄마 못생겼어, 아빠 못생겼어 장난치다가도 미안한 듯 엄마 예뻐, 아빠 멋져로 바꿔 말한다. 진심으로 타인을 욕할 수 있는 성정이 아니라고 생각해 손가락 들어 올리는 행동을 장난으로 넘겨왔더니 그 사이 손가락 욕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소리가 옆에 앉아 나도의 팔에 손을 얹는다. 나는 이제 안 하는데 나도는 어려서 그래. 나도의 눈가가 더 붉어진다. 이 녀석 이러다 잠들겠다, 나도야 이빨 닦고 누워. 아빠의 말에 아니야, 안자 나도가 눈을 뜬다. 소리는 나도 옆에 앉아 계속 팔을 쓰다듬는다.


파란색 과자봉지에서 길고 얇은 과자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은 나도가 아빠, 그린토피아 하자. 과자 냄새가 밴 손에 눈가는 여전히 붉은데 입가에는 쑥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 괜찮다는 말로 알아듣는다. 조용하고도 소란스러운 오후, 함박눈인 듯 비인 듯 쏟아지는 날


작고 부드러운 몸은 엄한 말을 알아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칼 같은 말은 심장에 닿아 혈류 속에 흐르게 된다. 커 가면서도(살아가면서도) 잘 모른다. 어떤 말들이 혈류 속에 남아 가는 걸음을 재촉하는지




엄마는 다리가 없으면 좋겠어? 팔이 없으면 좋겠어?


..... 둘 다 있으면 좋겠어.


아니, 하나만


어려운데. 둘 다 필요하잖아.


나는 다리


왜?


다리가 없으면 엄마가 손잡아 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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