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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Jul 17. 2024

안내원들

할머니같이 왜 그래라고 남편이 말할 때가 있는데 집에 손님이 올 경우다. 동생네 부부라도 찾아오면 나는 계속 음식을 내온다. 빈 접시를 보고 있으면 서랍이나 냉장고에 쟁여놓은 먹을거리가 생각나고 먹든지 안 먹든지 접시에 옮겨 담아 놓는 것인데 남편 입장에서는 과하다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달콤한 간식이든 차가운 것이든 아이들에게도 원하는 대로 주는 편이라 남편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할머니 같아,라고 말하고는 한다.

 

어느 한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하여 잘 대접하여 보내야 하는 것이 손님뿐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 어머니와 나는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공통점이 있으나 얼굴을 익혀 길가에서 인사를 하게 된 것은 최근이다.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한 시간여 정도의 담소를 나눈 적이 있으나 개인적인 만남은 없는 관계였다. 어떠한 일에 얽혀 그 어머니와 나는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되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그 어머니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입장 차에서 그럴 수 있겠으나 내가 선의로 행하거나 말한 것들을 그 어머니는 모두 악의로 받았다. 내 의도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기에 그것이 아니라고 열을 내어 설명해 보았으나 이미 판결이 내려진 판결문 앞에서 내 말들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얼굴이 붉어진 나는 지쳤고 당황스러웠으며 빠른 결론을 내리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침 해는 수직으로 내리 꽂히고 나는 급하게 가야 하는 곳이 있었다. 가만히 서서 그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이 견해를 좁힐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 어떻게 해도 결론은 같다(나는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이다.) 이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럼 제가 그런 사람인가 보네요, 죄송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그 자리를 떠났다.

 

시간이 지나며 그 어머니의 말을 터무니없다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내 그림자라면이라는 생각도 떠올랐다. 인간의 감정이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나. 열등감, 결핍, 수치, 공포, 두려움, 명예욕, 권력욕, 아집, 고집, 지기 싫은 마음 등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가 가지고 있을 어떤 것들은 숨겨지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내 설명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며 마음 상하는 그 어머니의 모습이 당시는 당황스러웠으나 타인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내 모습 역시 나일 수 있다. 맞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라고 인정해야 할지 모른다.

 

초췌하며 깡마르고 모포를 둘러쓴, 교활한 노파 같기도 하고 돌봄이 필요한 아기 같기도 한 기대인 어두운 형상이 보이면 잘 대접하여 보내야 한다. 그림자에게는 감정적인 대응이 먹히지 않는다. 정중한 대우를 원한다. 이 대우를 받지 못하여 그림자가 되었으니

 

‘그들 모두 저 너머에서 보내어진 안내원들이니, 그가 너를 말끔히 닦아 새 빛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니.’




 

인생은 여인숙

날마다 새 손님을 맞는다.

 

기쁨, 낙심, 무료함,

찰나에 있다가 사라지는 깨달음들이

예약도 않고 찾아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접하라!

그들이 비록 네 집을 거칠게 휩쓸어

방안에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는

슬픔의 무리라 해도, 조용히

정중하게, 그들 각자를 손님으로 모셔라.

그가 너를 말끔히 닦아

새 빛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어두운 생각, 수치와 악의가

찾아오거든 문간에서 웃으며

맞아들여라.

 

누가 오든지 고맙게 여겨라.

그들 모두 저 너머에서 보내어진

안내원들이니.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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