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하원 길에 나도는 가방 속에서 만들기 한 것을 보여준다. 길고 둥그런 원형에 한쪽에는 풍선을 이용해 막고 다른 쪽은 플라스틱관을 대어 공기를 통하게 한다(일명 공기대포다.) 엄마 내가 엄마에게 공기 쏠게, 나도가 풍선을 뒤로 잡았다 떼니 공기대포가 발사된다.
와, 멋지다. 이거 만들기가 어려웠구나
응, 여기 고정하는 게 잘 안 됐어. 선생님이 먼저 만든 친구들에게 도와주라고 해서 예은이가 도와줬어.
다행이네, 예은이가 도와줘서.
오늘 점심밥은 다 먹었어?
아니, 밥은 조금 남기고 김치만 먹었어.
다른 반찬은?
안 먹었어.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고 키도 쑥쑥 크지. 내일은 다른 반찬도 먹어봐.
핫도그도 안 먹었어.
핫도그는 왜 안 먹었어? 좋아하잖아?
내가 안 먹는다고 했어.
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는지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다른 아이들이 다 먹어서.
나도가 밥 먹는 동안 다른 아이들이 핫도그를 다 먹었구나. 교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기다려야 하니까 먹기가 힘들었겠네.
응.
집에 가면 핫도그 데워줄게.
치즈도 들어 있어?
당연하지
흐린 하늘 밑을 새로 산 레인부츠를 신고 나도가 걷는다. 작년에 산 레인부츠가 작아져 급하게 주문한 민트색이 청아하다. 도보로 등하원을 하다 보니 장마철이면 레인부츠는 필수용품이다. 겨울철이 다가오면 방한용품을 준비하고 유치원에서 시간이 부족해 먹지 못한 핫도그는 집에서 간단하게 데워 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바깥으로 나가는 준비를 성심성의껏 마련해 주는 역할. 바깥으로 나간 후에는 아이 혼자 감당해 내야 한다. 어려운 일 앞에 서기도 하고 좋아하는 핫도그를 먹기 위해서는 행동을 빨리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해가야 한다. 바깥세상은 엄마처럼 자신 하나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유치원 가방을 내 어깨에 올리고 작은 손을 잡는다. 먹고 싶은 간식을 하나 사서(오늘은 젤리를 골랐다)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후 보고 싶었어, 사랑해 안는다면만들기 앞에서 힘들었던 아이의 마음과 핫도그를 먹지 못한 아쉬움도 포함된다. 무엇이든 사랑해라는 말, 어떠하든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