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패디
내 인생의 네 번째 패디는 푸른색이다. 세 번은 모두 베이지나 분홍 계열로 선택했다. 발가락에서 패디 하나가 떨어져 나가며 이번에는 무슨 색으로 해야 할까, 시원한 느낌의 푸른색 계열로 시도해 볼까..... 했으나 막상 네일샾에 들어가서는 베이지 계열 어때요, 물었다. 튀지 않은 무난한 디자인의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네일샾 주인은 지겹지 않으세요, 했고 나는 그렇죠, 대답했다. 네일샾 주인과 즉흥적으로 도모하여 (무더운 여름 창문 없는 가게에서 휴가 없이 일하는 그녀 역시 지겨웠던 듯싶다.) 밝은 푸른색이 내 발톱 위에 칠해졌다. 여름이네요, 여름! 푸른색이 칠해지는 동안 그녀와 나는 발가락에서 여름을 발견한다. 발가락에 푸른 하늘이 내려앉았다.
소리의 앞머리 까기는 실패
앞머리가 시야를 가리고 반곱슬로 제멋대로 뻗치는 소리의 머리를 보며 머리띠 할래, 묻는다. 제멋대로 뻗치는 반곱슬 머리를, 눈까지 가리는 긴 앞머리를 좋아하는 소리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아이에게 머리띠 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엄마인 너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에 신경 쓰기 때문이야. 아이 머리가 지저분하게 저게 뭐야, 엄마가 신경도 안 써 주나 욕할까 두렵기 때문이지. 마음의 속삭임을 인식한 후 알겠어, 소리에게 대답한다. 너는 너, 나는 나. 네 마음대로 네가 좋은 대로. 내 체면 때문에 너의 스타일이 망가지는 것은 나 또한 싫으니까
아이들이 자책하는 마음의 구조를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밤에 오줌을 싸거나 식탁 위에 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실수에 혹시라도 자책할까 싶어 괜찮아, 어제 물을 많이 마셔서 그래. 물 흘릴 수도 있지, 너는 아직 그런 나이잖아. 이제 나도는 일곱 살로 그런 나이를 지나고 있는데 근래 이 녀석이 밤에 이불을 적시는 일이 몇 번 있었다. 일곱 살 형아는 화장실에 가야지 이불에 오줌 싸지 않아 말하니 부끄러움이 전혀 없는 녀석이 어제 수박을 많이 먹어서 그래 되려 큰소리다. 그래도 화장실에 가야지, 했더니 몰랐는데 어떡하냐며 당당하다. 그날 저녁 식탁에서 물 흘려 놓고도 여기에 컵이 있는 거 몰라서 그랬지, 아무렇지 않은 나도에게 흠.... 음.... 몰랐을 수도 있지. 그런데 오늘만 세 번째 인건 너도 알고 있지? 어쨌든 나 역시 지지 않는다.
읽은 책: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누군가에게도 필요하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생은 이어진다.
나쁜 날씨를 견디기 위해서는
입맛 잃어가는 여름 엄마가 보내준 오이지로 하루를 난다.
새콤하고 짜다. 인생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