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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Jul 31. 2024

내 집안의 환한 불빛은

아기를 키우는 것은 우유 먹이고 트림시키고 똥 기저귀를 갈고 재우는 사소한 행위의 연속이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양육자는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 행위를 반복한다. 지루한 듯한(지겨움을 일으킬 수도 있는)이 행위가 중단될 때 아기에게는 치명적 손상(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이 발생할 수 있다.

 

스스로 걷고 말할 수 있을 때-머리가 굵어질 때쯤- 이 사소한 일상의 행위는 당연하게 다가온다. 또래들과 어울려 경쟁하듯이 양육자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며 세상에 대한 비판으로 눈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자란 듯한 서러움과 쌓아 놓은 분노가 밀려들기도 한다.

 

아기를 키워보니 기억이 미치지 않는 순간들에 반복적이고도 기계적인(행하는 사람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돌봄의 손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고가 형성되어 양육자에게 어떠한 불만을 내비치든 사람은 너무도 연약한 존재라 지속적인 돌봄의 손길이 없다면 살아날 수 없다. 아기 때뿐만이 아니라 자라는 모든 순간과 성인이 되어서까지 사람의 연약함은 모습을 달리하여 존재하는 듯하다.

 

이 연약함을 부서뜨리는 무신경함이나 의도적으로 파괴하려는 손길이 있다면 이 연약함을 지키기 위해,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무리도 분명 존재한다. <맡겨진 소녀><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작가 클레어 키건으로 말하자면 후자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안에 있는 위대함에 대해 말하고(기계적이고 반복되는 일과 속에 깃드는 연민과 사랑),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을 그리는 작가. 연약함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작가의 세계는 말이 중요하지 않다. 행위가 중요하다.(필요하지 않은 순간의 말은 오히려 파괴에 가깝다.)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된다.” <맡겨진 소녀> p33

 

일상 속 사소한 행위 속에 변화는 이루어진다. 타인이, 세상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번지르르하게 치장된 말들의 나열보다는 내 안의 사소한 행위 하나가 결핍되어 있을 수 있다. 내 집안의 환한 불빛은 다른 곳에서도 필요하다.

 

“나한테 애가 없다고 해서 다른 집 애들 머리에 비가 떨어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지.” <맡겨진 소녀> p47

 

사회문제를 침묵으로 풀어내는 작가, 일상적이고도 아름다운 문장 속에서 부끄러움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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