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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Aug 07. 2024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열한 살 소리


네잎클로버 찾았어,라며 소리가 환하게 웃는다. 이틀 전에 친구와 함께 찾았는데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손에 든 네잎클로버를 보여준다. 이거 선생님 줄 거야, 바스러질 듯한 네잎클로버를 책 사이에 끼워둔다.


네일클로버 찾은 날 소리의 그림


아이 아빠와 저녁에 맥주 한 잔씩을 식탁 위에 놓고 있으면 소리는 인상을 쓰며 나는 커서 술 안 마실 거야, 선언한다. 왜 술을 마시는 거야, 알코올중독이잖아. 너희들이 음료를 마시듯이 어른들은 식사 때 한 잔씩 마시기도 해. 엄마, 아빠가 주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취하는 것도 아닌데 괜찮지 않아, 물어도 소리는 단호하다. 나는 절대 술 마시지 않을 거야.


우리의 식탁에서 한 잔씩 마시던 맥주도 이제 드문 일이 됐다. 그렇게 싫다면야, 물에 타먹는 콤부차를 잔뜩 사놨다. 교회까지 다녔으면 큰일 날 뻔했어, 남편이 속삭이며 고개를 흔든다.


가족 모두 공원 산책이라도 나가는 날에는 소리의 근심 서린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도야! 그쪽으로 가지 마.

나도야! 뛰지 마.

나도야! 이쪽으로 와. 나도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동생이 걱정되는 소리는 나도쪽으로 가서 손을 꼭 붙잡는다.


학교에서 쓰는 글쓰기 공책을 소리가 집으로 가져왔다. 소리의 글 하나를 옮겨본다.


주제: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첫 번째로는 동생의 잔소리다.

동생이 막 놀자는데 난 싫은데 동생이 놀자고 해서 결국에 놀아주는 나다.

두 번째로는 우리 반에 바선생(바퀴벌레)가 나타났을 때다.

애들도, 나도 무서워서 책상, 의자에 올라갔다.

세 번째로 체육시간이 1분밖에 안남을때다.

럭비가 재밌는데 끝날 것 같아서 무섭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일어나는거다. 계속 자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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