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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Nov 20. 2024

유치원 공개 수업날

조그맣게 보이는 뒤통수가 밤톨 같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화를 듣다가 아이는 한 번씩 뒤를 돌아본다. 이때 난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엄마 여기 있어, 여기 있다구!

미소 어린 작은 얼굴이 다시 앞을 향한다.

 

살이 오른 둥그스름한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토실토실 아기 돼지 동요가 떠오른다. 경쾌한 뒷모습이 구부정해질 때는 언제일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애틋해지는 아이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이런 감상은 필요하기도 하면서 못된 감상이다. 지금이라는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며 순간에 충실하게 하면서 끝이 어떻다는 것을 알기에 슬픔이 스며든다.

 

끝을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이 절실하다. 살아도 살아도 허기가 진다. 1분 1초가 쇠사슬처럼 무겁다. 모든 것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만 같다. 너를 사랑하지 못하는 순간 지옥으로 떨어진다.

 

엄마들과 한번 안고 오세요, 선생님 말에 열 명이 넘어가는 비슷비슷한 여성들 무리에서 아이가 나를 찾는다. 눈을 마주치고 환하게 웃으며 내게로 향한다.

 

책장과 내 앞 여성의 사이가 좁다. 어떻게 저 사이를 뚫고 아이에게 가야 하나 주춤거린다. 아이는 주저하는 기색 없이 작은 틈새로 쑥 들어온다. 양팔을 벌리며 내 품으로 뛰어든다.

 

엄마가 와서 좋아. 아이의 꾸밈없는 행동과 말은 사람을 뭉클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아무런 사건 없이 보통날과 마찬가지로 오늘 아침도 만난 사이인데. 수백 년은 떨어져 있다가 만난 듯한 떨림과 감동이 밀려든다. 몇 초 동안의 짧은 포옹은 몇 년간의 힘든 순간을 사라지게 한다. 마법 같은 순수한 기쁨만 존재한다.

 

자, 이제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아이들은 외부 활동할 거예요, 준비해 주세요. 다음 일정을 위해 아이는 나를 떼어놓는다. 사물함 문을 열고 물통과 가방을 꺼내 씩씩하게 어깨에 멘다. 손을 흔들고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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