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 <푸른 들판을 걷다>
투명 페트병에 든 탄산수의 물방울이 위로 올라와 톡 터진다. 얼핏 보면 개구리 같다. 슛~~ 올라와 빠르게 사라진다.
삼림 관리인 디건은 늦게까지 노동하는 고된 하루를 보낸다. 물려받은 땅에 대한 애착으로 디건은 가족의 생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웃의 평판이 무서워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미사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편이지만 아내의 눈빛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은행 빚을 하루빨리 갚아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현재 아내의 표정과 말, 행동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외면한다고 할까, 행복하지 않은 아내를 보는 것을
긍정적인 것은 디건이 (가족을 등한시하면서도) 지키려 했던 것들에 포함되는 집이 활활 불타오르며 아내와의 소통이 시작된다는 것에 있다. 한 순간에 사라져 갈 것들에 대한 허망함을 알아차리리라고.
불행한 것은 떠나는 순간조차 행복한 기억을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당신. 키우던 개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을 때쯤 어머니는 어린 딸을 아버지의 방으로 들여보낸다. 새끼 강아지들을 자루 속에 넣고 익사시킨 날 어머니는 미소 짓는다, 어린 딸을 향해. 고장 나버린 어머니와 심술궂은 아동학대범 아버지가 있는 집은 벗어나야지. 힘없는 아이들을 향해 굴레를 씌우는 집은. 동물 한 마리를 몰래 팔아서라도 <작별선물>
이웃의 평판, 돈에 대한 근심, 물질에 대한 애착, 불안, 미신(사람들을 잡고 있는 어떤 것들), 신분, 용기 없음, 자기 자신. 지금 사랑하지 못하게 막는 것들. 어느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인하여 사랑을 떠나보내고 어느 사람은 미신으로 인하여, 용기 없음으로 인하여 사랑을 떠나보내고
<삼림관리인의 딸>이 기억에 남은 것은 희망을 볼 수 있어서. 모든 것이 타버린 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돌이킬 수 있는. <작별선물>이 기억에 남은 것은 끔찍해서. 당신의 마음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에 대해
“어른이 된다는 건 대체로 어둠 속에서 지내는 것이었다.”p190
읽는다는 것은 아는 것.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구나,라는 희미한 깨달음이라도.
어둠 속에 남아 있는 당신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