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는 장난을 좋아해

by 북남북녀

-무엇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입주되어 있다.

빛나는 머리카락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

가느다란 팔다리는 길고 날아갈 듯이 땅 위를 걸어 다니지.

요정 같기도 천사 같기도 해.

사람을 홀리는 장난꾸러기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돌처럼 단단한 이도

법이 필요 없이 바른 사람도

장난꾸러기 손짓한 번에

바보 같은 웃음을 줄줄 흘린다더군.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장난꾸러기는 계약을 좋아해.

윙크하며 장난이라고 서약서를 내밀지.

장난꾸러기를 좋아하는 마음에

장난꾸러기에 대한 사랑이 깊은 탓에

장난꾸러기를 붙들어놓고 싶은 욕심에

“에라, 모르겠다”

서명을 하는 거야.

장난꾸러기의 노예가 되어버리지.

다른 사람을 질투하고(장난꾸러기와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말이지)

시기하고 못살게 굴고 마녀처럼 변해버리거든.

장난꾸러기의 사랑을 받아야 하니

또 앞에서는 안 그런 척해.

마음은 분리되고 조각나 사라져 버려.

요란한 소리를 내는 빈 깡통이 되어버리지.

“에잇, 재미없어.”

장난꾸러기는 빈 깡통을 뻥 차서 진흙탕에 쳐 박히게 만들지.

이건 비밀인데(귀 좀 가까이 대봐) 장난꾸러기의 장난에 홀리지 않을 방법이 있어.

전직 마녀였던 할머니 말에 의하면

마음을 보이면 안 된대.

장난꾸러기가 마음을 환히 들여다보이게 만들면

게임은 끝나는 거지.

쉿!

너만 알고 있어.

비밀이니까.




삶의 과정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들이 외부세계를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기도 하지만, 외부 세계는 물론 내부 정신의 과정들도 자아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극소수뿐이다. p53

비합리적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자 융은 과학적 방법이란 도구를 사용해 인간의 감정, 환상, 행동의 동기와 형태를 연구하는데 평생을 보냈다. 융 당시에 이 내면세계는 탐험되지 않은 ‘미지의 땅’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 내면세계의 땅에 무엇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입주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p56

우리가 외부적 권위에 종속된 만큼이나 자신의 인격적 구조와 내면에 도사린 악마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인생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바로 최악의 적, 가장 냉혹한 비판자, 가장 가혹한 임무 부과자임을 점차적으로 자각하게 된다. 운명이란 외부에서 명령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내면에서도 하달된다. p51


머리 스타인 <융의 영혼의 지도> 중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로마서 7:15. 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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