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고 거친 손을 가지고 있다. “무슨 여자 손이 이렇게 커.”내 손을 바라볼 때면 남편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 말하고는 한다. 이 말을 들을 때면 ‘언제까지 그 말할 건데’ 혹은 ‘여자 손이 어때야 하는 데’ 같은 문구를 떠올리기도 하나 실제로 커다란 손을 가지고 있기에 침묵한다. 투박하고 거칠고 큰 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있는 그대로의 큰 손만 언급하는 주관성을 배제한 남편의 시선에 잘못은 없을 테니
큰 손을 언급할 때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큰 손이라는 사실보다는 못생긴 손이라는 주관성이다. 누가 언급하지 않더라도 못생긴 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투박하고 거친 손) 크기만 언급하는 남편의 사실 적인 표현에 손의 크기와 여성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따져 묻고 싶기도 한 것이다(요즘 표현대로라면 긁힌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행사준비를 위해 현수막 거는 일을 도울 때였다. 반대쪽 끝을 잡은 행사담당자가 내 쪽으로와 테이프로 고정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아해 보이는 블랙롱드레스를 입은 담당자는 반대편 끝을 붙잡고 종이테이프를 두 번 뜯어 고정하고 중간으로 옮겨와 한 번 고정하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현수막 끝을 고정하기 위해 테이프 뜯는 행사 담당자의 가느다란 손이 보인다. 반지 하나 없는 손이 곱고 예쁘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매끄럽고 하얀 손
담당자의 눈이 현수막을 고정하기 위해 현수막 끝을 잡고 있는 내 손으로 향할 때 손은 창피한데,라고 생각한다. 크고 거칠 뿐만 아니라 아이처럼 긁힌 상처에 딱지 앉은자리가 두 군데이며 새끼손가락 쪽으로는 네 다섯 바늘 꿰맨 흉터가 자리하고 있다.
아파?
손의 상처를 보며 발음도 잘 되지 않는 언어로 아이가 물어온다. 아이들에게 받는 세 번째 같은 질문이다. 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아이들은 쉽게 발견한다
아니.
다쳤어?
어디서 긁혔나 봐.
호~
손의 상처를 향해 아이는 입바람을 분다. 어머니나 아버지 아이가 다쳤을 때 누군가 아이에게 했을 행동을 재현한다. 바람이 손에 닿기보다는 입의 모양만 잡으면서 호~
하하 웃으며 안 아파, 하면 아이는 곧 흥미가 있는 다른 곳으로 향한다.
아이의 시선으로는 투박하고 거칠며 못생긴(거기다 상처까지 가지고 있는) 거리를 둬야 하는 손이 아니라 그냥 손이다. 호, 가 필요할 수도 있는 손. 매끄러운 손과 비교하여 부끄러울 것도 없는 손
현수막 끝을 모두 고정한 담당자가 도움을 주어 고맙다며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삶의 흔적을 담고 있는 손을 쓰다듬으며 나는 괜찮다고 말한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