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았다 돌 던지지 마라
무의식은 떠올렸다. “눈에 절대 손을 대지 마” 사무장의 말을
지하철 계단 끝을 오르며 서서히 건물이 눈에 들어올 때 건물 옆 한 줄로 길게 줄 선 사람들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 나가니 줄의 시작이 근무하는 병원 앞이었다. 첫 번째 줄 선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열쇠를 꺼내 유리문을 열었다. 눈병이 전국을 강타한 여름이었다. 기세는 일주일가량 지속됐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의 통증을 가라앉혀 줄 연고를 짜내야 했다. 푸른 옷을 입은 사무장은 빠른 걸음으로 병원 안을 돌아다니다가 “눈에 절대 손을 대지 마”라는 말을 반복했다. 사무장의 경고 덕분인지 열 명이 넘어가는 직원 중에 눈병에 걸린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기억 저 너머에 있는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않던 예전 어느 날의 에피소드를 무의식은 떠올리며 사무장의 옷을 검은색으로 변형시켰다. 현실에서 보다 더 음울하고 비장한 목소리로 “눈에 절대 손을 대지 마”라는 말을 꿈속에서 각인시켰다.
무의식이 떠올려준 에피소드에 손을 절대 입에 대지 않기 위해 요리용 장갑을 구매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어떤 음식이든 작게 잘라 포크로 찍어 먹거나 젓가락을 사용하고 아이들이 간식을 달라고 할 때는 요리용 장갑을 착용한 후에(과자라고 하더라도) 그릇에 담아 준다. 손과 입의 접촉을 막는 방법에 더하여 효과가 있다는 도라지청을 시중의 두 배 가격으로 구매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어디선가 들어와 구석에 처 박아두던 비타민C를 꼭 챙겨 먹는다. 평소에는 먹지 않던 아침밥도 먹으려고 바쁜 아침 시간을 쪼개어 십분 정도 식탁에 앉아 있는다. 이 모든 노력은 눈병이 아니라 감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근무하다 보니 의외의 복병이 감기다. 아이들 중 두 세명은 언제나 약을 복용하고 한 두 명은 열이 나며 두 세명은 콧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오늘만 해도 크리넥스 티슈를 박력 있게 뽑아 콧물 닦아준 아이가 몇 명이던가. 첫 달 근무는 밤에 나오는 발작적인 기침과 발열 두통과 관절통의 반복이었다. 인후통까지 새롭게 시작되면 이 감기에 끝은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감기라는 삶의 곤란함 앞에서 무의식은 친절하게 과거 일에서 힌트를 주며 손을 입에 가져가지 않는 방안을 떠올리게 했으나 계속되는 외부자극에 감기를 피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외부자극을 완전하게 차단하지 않는 한은
감기를 피하려 애쓰다가 다시 감기에 걸리고 나 자신의 노력을 배신하는 몸 상태에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감기일 뿐이잖아, 인정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록은 제목이 먼저 생각났다.
애쓰지 않았다 돌 던지지 마라.
누군들 감기에 걸리고 싶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