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별게 다 궁금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누구랑 놀았어? 뭐 하고 놀았어?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어? 누가 예뻐? 좋아하는 사람 있어? 질문 폭탄을 아이에게 안긴다. 학교생활이 궁금한 엄마와 달리 아이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데 아무 랑도 안 놀았어. 안 혼났어. 기억 안 나 등의 단답형 말을 귀찮은 듯 대답한다.
1학년 학기 초. 여자아이 중에서는 민아가 제일 괜찮아,라는 말을 아이에게 들은 엄마. 좋아하는 거야? 구체적인 아이의 대답에 기뻐서 다음 말을 기대한다. 아니, 제일 괜찮다고. 긴 대답을 원하는 엄마의 말을 일축하며 아이는 ‘괜찮다’와 ‘좋아하는’의 기준을 확고히 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며 민아를 본다. 윤기 나는 긴 생머리에 붉고 큰 리본핀을 앞머리에 꽂고 노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엄마 손을 잡고 걷고 있다. 하얀 얼굴에 차분한 표정인데 누가 봐도 예쁜 아이구나,라는 말이 나오는 모습이다. 아이에게 민아 얘기를 들은 엄마는 무언지 모를 흐뭇함을 느끼며 민아를 바라본다.
학기말이 되어 아이는 2학년 반 배정을 받고 겨울방학에 돌입한다.
엄마, 나 학교 안 다니면 안 돼?
왜?
도현이랑 다른 반이고 은우도 다른 반이야. 절친이랑 다 떨어졌어.
근데 민아랑 지수랑은 같은 반이야. 싫어하는 아이는 다 붙었어.
민아는 여자아이 중에서 제일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
싫어, 이제.
왜?
저번에 지우개 새로 사서 가져갔잖아. 민아랑 지수가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막 만졌어.
친구들이 지우개 새로 샀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렇기는 한데 도현이면 내 지우개로 저글링을 해도 괜찮아. 절친이니까. 민아랑 지수는 아니지. 거기다 나보고 웃기까지 했어.
웃었다고?
응.
너를 비웃는 거 같았어?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응.
나도는 행동보다 생각을 먼저 하는 편이다. 행동하기보다는 처음에는 가만히 지켜보는 스타일인데 너희들은 왜 내 물건을 허락도 받지 않고 만지니 민아와 지수를 보고 있는데 민아와 지수가 나도를 보고 웃는다. 그 웃음이 어떤 의미인지 그 상황에 없던 나는 알 수가 없으나 나도는 자신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지며 자신을 보며 웃는 표정에 마음이 더 상해버렸다. 민아와 지수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내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무례한 민아와 지수. 나를 무시하며 비웃는 민아와 지수.
아홉 살이라도 무시받는 느낌은 싫어하는구나. 상대에게 다가설 때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것, 침범하지 않는 것. 불가피하게 침범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예의를 지키는 것. 당신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민아와 지수가 이 지우개 만져봐 돼,라고 나도에게 먼저 물어봤다면 그 후의 민아와 지수의 웃음이 다른 의미로 나도에게 비치기도 했으리라) 나이가 어리든지 많든 지 이런 부분에서는 조심스러워야겠구나, 나도의 이야기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