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한 개를 설거지하는 내게 내민다. 엄마 양치했는데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오렌지를 들고 소파로 향한다. 6학년인 소리는 자신이 사춘기 같다고 말하면서도 먹을 게 있으면 내게 꼭 나눠주고 쿵 하고 문을 세게 닫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일도 없다. 혼자는 힘들다며 여전히 가족과 잠이 들고 동생과도 변함없이 잘 노는 편이다. 내 딸이지만 참 착해, 소리처럼 착한 아이를 본 적이 없어. 남편에게 말하기도 하는데 사춘기 일 수 도 있겠네, 싶은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동생과 놀이하다 갈등이 있었는데(소리와 나도는 인형으로 하는 역할 놀이를 좋아한다. 인형들에 이름을 붙이고 동물원이었다가 집이었다가 병원이었다가 다양한 역할을 맡아 대화한다.) 갈등에 비하면 소리의 울음이 컸다. 동생이 미안하다고 사과해도 울음이 그치질 않아 학교생활은 어때 6학년 되니까 힘들지 물었다. 서럽게 흐느끼다가 소리가 하는 말이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다른 아이들보다 못하는 거 같고 시험성적을 보면 엄마가 실망할까 봐 걱정된다. 백점도 맞고 싶고 자신에 대해 실망할 까봐 걱정되고 말도 잘하지 못하고. 울음 섞인 소리의 말을 간단히 줄인다면 자신이 형편없이 느껴진다는 것.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자아상을 가지고 있고 실재 자아는 원하는 자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시험 못 봤다고 엄마나 아빠가 혼내거나 실망한 적 있어?
아니.
그런데 왜 그런 걱정을 해. 공부를 잘하든지 못하든지 우리는 너를 좋아하고 사랑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그대로 충분하다는 대화를 하며 소리는 진정되고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겠다며 새벽 4시에 깨워달라는 요청을 하고서 잠자리에 들었다. 안아줘, 말해 꼭 안는다. 사랑해라고도 속삭인다. 원하는 자아상과 실재 자기의 자아의 차이를 알아가고 있는 나이(사회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의 충돌이라고 해야 할까) 이것이 사춘기의 시작이겠지. 혼란 속에서 자아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겠지. 사회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의 아슬아슬한 균형 맞추기. 오로지 자기 자신과만 고투해야 하는 과정. 자아를 벗어나려는 과정에 내가 있다면 자아를 찾는 과정에 아이는 들어섰다.
힘이 없는 상태에서 진정한 힘을 갖춘 영혼을 찾아가는 우리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게리 주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