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운 봄날, 아이는 놀이터 의자에 앉는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오 분만 있다 가자.
아이는 기다린다. 올지도 모를 친구들을.
쨍한 봄 해가 아이에게 꽂힌다.
아이는 목을 길게 빼고 앞을 보고 있을 따름이다.
지나가던 봄바람이 아이의 얼굴을 살며시 쓸어준다.
엄마는 누군가를 좋아해서 한없이 기다리지 않는다.
그런 바램은 무심히 바람결에 날려버린다.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는 것을,
간절하면 더 도망간다는 것을 마음에 새긴 나이이기도 하다.
엄마는 가자고 아이를 재촉한다.
엄마의 재촉에 아이는 더 간절한 눈빛이 된다.
“친구가 보고 싶어.”
“알아, 오늘은 친구가 다른곳에 있나 봐.”
엄마는 발걸음을 돌린다.
오 분만, 이라고 말하고 아이는 여전히 앉아 있다.
친구들이 올만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채.
엄마는 아이 옆에 가 앉는다.
친구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 옆에.
기다리느라 땀에 젖은 아이 이마를 손으로 쓸어주면서.
장에 가신 할머니를 목을 빼서 기다렸고, 선창의 그 가시내가 지나기라도 하면
숨이 가빠져 어쩔 줄 몰라했고, 해 질 무렵 살구나무 위에 올라가서 노을을
바라보면 왠지 슬퍼져서 눈물을 글썽이며 내다보던 골목길.
고향의 그 골목길이야말로 기다림의 씨앗을, 그리움의 씨앗을, 아득함의 씨앗을 내 여백의 마음에 파종시켰던 첫 작물 밭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정채봉 <첫 마음>중 마음 밭의 풍경에서
나는 너를 기다릴게.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네 마음 옆에.
봄바람도, 찌르르 우는 풀벌레도,
다시 꽃 피우기 위해 살며시 날아다니는 꽃씨도
반갑다고 인사하고 있어.
바람결 따라 날아다니기가 조금 고단하다고 투덜대기도 하면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많은 소리가 네 귀에는 들리지 않겠지만.
간절히 기다리는 네 눈빛에는 닿지 않겠지만,
꽃향기까지도 소란스러운 봄날이야.
나는 네 옆에 있어.
이 모든 것들과 네 마음 옆에 있어, 아이야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는 것.
그 가운데 하나를 말해 보라면 나는 ‘마음’을 들겠다.
정채봉 <첫 마음>중 마음 밭의 풍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