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부드럽고 포옹은 달콤했다

by 북남북녀

왜 저러지, 어쩔 수 없지라는 체념이 공기 중 가득했다. 다툼은 곧 사그라들었으나,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완강함은 한층 더 공기를 짙게 했다. 숨쉬기가 불편하다.

남편은 평상시보다 이르게 집 밖을 나선다. 다녀올게, 잘 다녀와.

평상시와 똑같은 인사.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팽팽하게 굳어 있던 완강함에 그러지 말걸 후회의 감정이 스며든다. 물은 엎질러졌고 다시 주워 담기는 힘들다. 개운치 못한 텁텁함이 입안에 가득이다.


“엄마는 왜 동생한테는 좋은 말을 하고 나한테는 안 해? 왜 나는 안 사랑해?”


굳은 공기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나 보다. 학교 가는 준비를 함께 하고 있는 내게 느닷없이 날아드는 질문. 공기 탓이다. 굳은 공기 탓.

굳은 공기가 부드러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옷을 사주는 것도, 머리를 빗겨주는 것도, 학교 가는 준비를 도와주는 것도 다 사랑인데.

시간이 촉박해서 재촉한 건 미안해. 아이의 마음은 저만치 물러선다. 상한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공기 탓이다.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네 살 아이가 다가와 나를 안는다. 사랑해, 말한다. 아이의 부드럽고도 따뜻한 품은 작지만 힘이 있다. 박력이 있다. 세상을 바꿀만한 박력이 작은 몸에 가득하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왕자의 키스에 잠을 깨던가, 미소 짓던가.


꿈속에 있었나 보다. 지금 있는 곳이 지긋지긋해 보이는 꿈.

사랑이 저주가 되는 꿈, 흑마술 같은 불쾌함이 가득한 꿈. 공기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꿈속에.


굳은 공기 속에 갇혀 있었네, 생각한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나를 본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본래 그래야 하는 공기의 흐름으로. 굳은 공기는 헤쳐졌다.


마녀는 장난꾸러기같이 등장한다. 지나면 알게 된다. 가시밭을 걷는 아픔이 느껴지거나, 개구리가 된 느낌일 때는 마녀를 생각하지 못한다. 간계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듯 느껴져 한없는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가시밭 보다 개구리보다 ‘영원’이라는 느낌은 더한 간계다. 괴로움의 ‘영원’은 간계일 뿐인데.

지나고 보면 안다. 지나간다는 것을. 어쨌든 사라지는 때가 있다는 것을.


거짓을 살아야 할 정도로 가진 것이 많지 않다. 가진 재물이 많아서 햇빛 들지 않는 곳, 냄새나는 화장실 같은 곳에 진짜 사랑을 숨길 필요도 없다. 창 하나 없는 곳에서 사랑하는 자신을 누가 훔쳐볼까 덜덜 떨며 지낼 필요도 없다. 지금의 사람들과 지금의 현실에 푹 잠겨 사랑하면 된다. 다정하면 된다. 얼마나 다행인지. 진실하게 있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속일 필요가 없다는 것은.


빵은 부드럽고 포옹은 달콤했다. 커피는 따듯했고 빵은 달콤했다. 둥그스름한 몽블랑 빵, 얇은 페이스트리의 부드러움. 부드러움이 입에 밴다. 은은하게 배어든다. 커피 한 모금의 따듯함이 서늘함을 몰아낸다. 비 내리는 날의 오소소한 서늘함, 다른 세상 같은 서늘함을.


달콤하고, 따듯하고, 부드러운 게 필요한 아침이었네.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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