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빈 옷장>,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
동요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6학년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춘다. 청팀, 백팀으로 나뉘어 지르는 함성 사이로 1학년 1반 일땡땡 학생, 2학년 2반 이땡땡 학생, 3학년 3반 삼땡땡 학생..... 은 지금 곧 교무실로 오세요. 땡땡이들은 반에서 이탈해서 교무실로 간다. 교무실 안에는 종아리를 덮는 길이의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일렬로 쭉 서있다. 찍사 선생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땡땡이들을 여성 앞에 일렬로 세운다. 일땡땡은 이쪽, 이땡땡은 여기. 선생은 여성들에게 누구 어머니라고 호칭한다. 땡땡이들이 들으니 자기 반 반장 어머니다. 반장이란 역시 피곤한 일이야, 이런 곳에 어머니가 불려 다녀야 하니. 생각한 것이 이땡땡인지 삼땡땡인지는 모를 일이다. 이땡땡, 삼땡땡을 나누는 것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땡땡이는 땡땡이일 뿐.
자, 어머니들은 선물을 내미시고, 찰칵
자, 땡땡이들은 선물을 받고, 찰칵.
어이쿠, 수고하셨습니다. 빛나리 대머리 교사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강조하며 어머니들께 고개를 꾸벅 숙인다. 주인공인 듯 주인공 아닌 듯한 보조출연 땡땡이들은 알아서 사라질 시간이다. 그런 눈치 하나는 빠른 땡땡이들은 각자 받은 선물 하나씩을 들고 복도에서 흩어진다. 만나면 서로 아는 척하지 말자는 말은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모두들 알아듣는다.
어느 시대의 어린이날 불우이웃 돕기 행사인데 지금 시대는 어떤지 알 수 없다. 머리 좋은 행사 진행자가 땡땡이들을 위한다면 꼭 필요한 물품이나 지원금을 땡땡이들만 알게 전달하거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땡땡이들조차 모르게 은밀하게 진행할 텐데. 그런 정도의 두뇌를 가진 행사 담당자가 지금은 존재하는지.
찰칵, 사진 찍기 위한 연극 행사에 땡땡이들을 주인공으로 출연시키면서 24색 크레파스 하나 달랑 들려 보내는 것은 약소하지 않은가. 땡땡이들은 학교 행사를 위해서 신상이 팔리는 일에 참여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에 수록된 단편 소설,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은 어쩌면 이렇게 담백한지. 담백함이 평양냉면 저리 가라다. 기네스북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난했던 신혼부부의 집 구하기. 두 열차가 맞물리는 아무도 가지 않는 단독주택에서 소음과 추위에 시달리며 보내는 2년. 떠나온 가난은 치즈 케이크처럼 부드러울까.
아니 에르노의 <빈 옷장>에는 중간중간 욕설.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 선생의 언어와 부모의 언어. 중심지 쪽 사람들과 주변지 쪽 사람들. 부유와 빈곤. 사랑과 죄책감, 자기애와 수치심. 욕이 나올만하지.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되면. 유년기 적의 사랑했던 부모의 세계는 와르르 깨진다. 사회라는 곳에서 부모의 위치를 깨달아갈 때는. 할 수 있다면 다른 부모를 갖고 싶은 드니즈 르쉬르. 부족한 게 없으나,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사회.
지금 개인이 맞닥뜨린 불행은 온 시간의 축척이다,를 생각하게 한 <빈 옷장>
성경과는 다른 방식으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 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 <빈 옷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속 담담한 가난. 불행한 사건에 직면해서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오르는 아니 에르노의 격렬한 가난을 읽으면서, 한마디 말을 보탠다면 가난은 경험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정도. 누군가는 여전히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집에서 살아가겠지. 기네스북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가난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