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문으로, 그는 뒷문으로

트루먼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를 읽고

by 북남북녀

불균형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희생자가 무의식적으로 과거에 받은 쇼크와 관련된 환경에 있었던 주요 인물이라고 인식이 되면, 잠재되어 있던 살인 성향이 활성화된다.


무의미한 살인들이 일어나면, 이것은 살인자 내부에서 긴장과 분열이 일정 기간 동안 증가한 끝에 나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긴장과 분열은 살인자가 희생자를 접촉하기 전에 이미 일어난 것이다. 희생자들은 살인자 내부의 무의식적 갈등에 들어맞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자의 잠재성을 건드려 깨운 것이다.


<인 콜드 블러드> 속 <실질적 동기 없는 살인-성격 조직 장애 연구> 발췌 중에서


네 명의 일가족(1959년, 캔자스 주)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은 두 명이다. 그중 페리 스미스에 관련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성인으로 성장해서는 군에 입대한다(아버지에게 벗어나기 위해) 군역시 평화와 안정을 주는 환경은 아니다. 제대 후 범죄에 빠진다.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연히.


네 명의 일가족은 술을 멀리하고 함께 일하는 고용자들을 후하게 대해 주는 모범적인 가정이다. 페리 스미스는 희생자의 생명을 뺏는 행동을 하기 전까지도 희생자에게 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친절하고 좋은 신사 분 같았다고. 어느 순간 페리 스미스는 잠깐 정신을 잃고 분열이 일어난다.

그 사이에 타인의 생명 뺏는 행동을 한다. 책에는 이런 분열이 일어나는 성격이(편집증적인 정신분열증 환자) 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열된다.


참고로 하면 그에게는 형제가 세 명 있다. 첫째 형은 교육을 받았으며 겉으로 보기에는 모범적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결혼 후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아내가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자, 아내 옆에서 목숨을 끊는다.


둘째 누나는 남성을 많이 만났다.(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남성을 집으로 끌어들였다.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마음의 병 때문인 듯싶다.) 어느 날 건물에서 스스로 떨어진다.


셋째 누나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원만한 생활을 하고 있으나 페리 스미스에게 온정적이지 않다. 페리 스미스의 문제행동을 답답해하며 '너만 힘들었던 건 아니잖아', '아버지는 너를(너만) 사랑하잖아’라는 말을 편지에 쓴다. 페리 스미스는 다른 형제들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보다는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페리 스미스와 누나는 자신의 불행이 커서 서로의 불행이 보이지 않는다. 셋째 누나까지는 어머니와 보낸 시간이 많다.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에 아이 양육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머니 뒷바라지를 했다.(구토하면 뒤처리 등)

페리 스미스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와 보낸 시간이 많다. 아버지는 폭력적이었고 페리 스미스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페리 스미스는 악기를 다루고 그림을 그렸지만 누구도 그런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페리 스미스의 예술적인 재능이나 문학적인 감수성은 씨앗을 품고 있다 해도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2005년 개봉된 베넷 밀러의 영화‘카포티’의 한 장면에서 페리 스미스를 사랑했냐고 묻는 하퍼 리의 질문에 “페리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집에서 자란 것 같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앞문으로, 그는 뒷문으로 나간 것 같았지.” 카포티는 대답했다.


좋아요, 인정해요. 나는 어떤 선생이든 간혹 이런 걸 본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재능이 아니라 고귀한 영혼 같은 것.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자질

루시아 벌린 <여기는 토요일>에서


교도소에서 범죄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이 CD라는 범죄인에 대해 한 말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페리 스미스가 떠올랐다.


<인 콜드 블러드>의 페리 스미스도 <여기는 토요일>의 CD도 가지고 있는 문학적 재능을 펼치지도 고귀한 영혼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그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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