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라도
걷고 싶었다.
그녀와 함께.
불빛이 보이는 그곳으로 갔다.
차가운 바람이 옷가지를 스미며 '시원하냐?'라고 묻는다.
조금만 더 걷다 가겠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춥게 않게 해 주겠다고 한다.
조금 더 걸었다.
기분 좋은 시원함이 참 좋았다.
1년을 지켜보았던 나는 그녀를 이렇게 부른다
"붉음과 노랑을 듬뿍 담은 바구니같은 풍요로운 가을여자!"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내게 그렇게 평가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는 멋진 가을 여자가 되어
소확행의 잔잔한 가족사를 빨강과 노란색으로 채색해가며
어둠이 깔리는 가을 저녁 나의 산책길을 풍요롭게 해 준다.
참 멋진 가을 여자를 내 곁에 두다니...
나도 저절로 소확행으로 이 가을이 풍요로워진다.
가을!
빨강과 노랑이 풍요를 지줄대는 계절.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저절로 가을 여자가 되어 가을 예찬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참 멋진 가을 여자 그녀가 내게 가을을 선사했으니
나도 가을을 들여야겠다.
아침에 눈을 떠 블라인드를 여니
아파트 정원에도 가을여인이 활짝 웃고 있다.
그래, 더 늦기 전에 가을을 들이자
휴대폰 속 풍경사진을 하나둘 넘기다 보니
웅장한 은빛 자작 나뭇가지가 빨강 노랑 잎으로 옷을 입혀달라고 조른다.
그래. 이거다
올 가을에는 이 나무그림으로 제3의 단풍자작 가을나무를 들여야겠다.
파아란 하늘 그 사이로 햇님이 자리를 잡는다.
흰 나뭇가지들이 풍요의 색으로 익어간다.
빨강과 노랑이 가을의 풍요를 겹겹이 입기 시작한다.
드디어 올 가을 나도 멋진 가을여자가 되어 빨강과 노랑으로 풍요를 겹겹이 껴입는다.
멋진 가을 여자때문에 나도 덩달아 멋진 가을여자가 되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여자의 계절?!
단풍자작 가을나무가 지줄대며 속삭인다.
"올 가을엔 멋진 가을 여자가 두~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