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오늘의 공부

by Jung히다


매달 정기적으로 2-3권의 책을 사들인다.
어떤 때는 에세이집을.

어떤 때는 시집을.
어떤 때는 그림책을...
그렇게 사들인 채 읽지 못한 책들이 고스란히 책장에 쌓여 장식품으로 남기도 한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책 구매.
읽지도 못하면서 10년 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처음 시작은 2009년 내 책을 출간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나부터 남의 책을 사서 읽어야 남도 내 책을 사서 읽어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읽기보다는 사들이는 것에만 실천을 하고 있다.
구태여 핑계를 대자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빨리 가더라'라는 것이다.
선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세월은 나이 때 시속으로 달린다고 한다.
20대는 시속 20km로, 40대는 시속 40km로, 60대는 시속 60km로.

그렇다고 쳐야 한다. 그래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더라는 핑곗거리가 될 수 있으니까.

암튼 그렇게 변명하며 보내다 단풍잎에 뻘겋게 물든 시월에서야 시린 가슴을 달래줄 책에 빠지게 되었다.

10월에 구매한 책 중 하나.

신영복 님의 "처음처럼"


사본 -처음처럼3.jpg




왜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지.
2016년 개정 신판으로 1쇄 이후 4년이 흘러 12쇄가 발행된 이 시점에.

이 책이 나를 너무 오래 기다려준 것 같아 미안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읽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는 것.

사무실 티 매트 위에 올려놓고 하나씩 메모해가며 두 번째 읽어본다.


처음처럼1.jpg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어지러운 꿈을 헹구어 새벽 맑은 정신을 깨우는 맑고 차가운 샘이 되어준다.

마치 내 삶을 훌륭한 예술품으로 훈도해줄 커다란 가마 같기도 하고,

작은 기쁨에 인색했던 내게 '작은 기쁨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라고 일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생살이는 아픔과 기쁨으로 뜨개질한 의복을 입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의 수고가 영글어 오늘의 결실로 나타나듯 오늘의 수고가 영글어 내일의 결실이 되니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수고하며 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처럼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깨워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야 인생의 지침서를 만나게 된 것 같다.


왜 이제야 읽게 된 거야.
그래도 2016년 개정 신판으로 1쇄 이후 4년이 흘러 12쇄가 발행된 이 시점에라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돕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함께 비를 맞을 준비가 아직은 덜 되었지만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한다고 했으니
언제나 했던 마음가짐 '처음처럼'

'맑게 웃으며 좋은 말 좋은 생각으로 향기롭게' 부단한 혁신을 해야겠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는 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게 되며, 열려 있으면 오래간다는 뜻 - 처음처럼 '통즉구'에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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