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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뭐 하는 곳

호캉스 좋아요

by Jung히다


여기는 호텔.

나는 호텔만 오면 눕는다.

그이는 그런 나를 싫어한다.

호텔은 누워있는 곳이 아니라

즐기러 오는 곳이라고 못마땅해한다.


그이는 스키시즌에 호텔을 자주 이용한다.

여유 있게 스키 타고 편히 쉬면서 뒷날 또 스키를 타고 그러면서 근처 맛집 투어도 하고...

그런 그의 멋진 라이프스타일에 반해

나는 그런 활동들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부부인지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즐겨하게 된 일이 호텔만 가면 눕는 일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함께하려면 나도 호텔 가서 고 싶은 일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은가.

물론 나도 젊은 날에는 스키며 골프 미쳤다 할 정도로 즐 적이 있다.

단지 지금은 하기 싫을 뿐이다.

호텔에서의 나의 임무는 단순하다.

태반이 누워있고 그이가 나타나면 준비해 간 과일과 간식 몇 조각 내놓는 일.

그리고 가끔 그이가 돌아올 시간이다 싶으면 FM을 들으며 호텔 창밖 앙상한 자작나무가지와 슬로프 내다보는 일.

그런데 그것도 제법 좋다.

편안하고 여유롭고 집에서처럼 정신없이 무슨 일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더 좋다.

그이는 호텔을 즐기러 온다.

나는 누우러 온다.

사람들이 왜 호캉스를 하는지 이제야 동감한다

호캉스의 행위는 달라도 우리 둘에게도 호캉스가 맞았던 것이다.

호텔은 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주는 곳이다.

계절이 다하기 전 한 번쯤 호캉스를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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