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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혼문의 의미

어른공부

by Jung히다

아들이라는 이 남자가 오랜만에 내 집을 방문했다. 모처럼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생활에 대하여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엄마의 질문은 뻔했고 아들의 대답은 리얼리티 했다.


일반화시키기에는 다소 오류가 있으나 "여자는 다 그래"라고 일러주었다. 아들이라는 이 남자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여자는 이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라며 하나 둘 결혼 생활 이야기보따리를 쏟아 펼치기 시작했다.

답답했다. 왜 여자는 그래야 하는지. 왜 그렇게 반응하며 살아야 하는지.

시어머니이기 전에 여자로 받아쳤다.

"여자가 그래야 하는 걸 어디서 익혔는데?"

'...'

곰곰이 생각하더니 "엄마 아빠에게서 보고 익혔네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모습으로 다시 익혀야겠네."

엄빠세대와 아들세대는 많이 다를 뿐만 아니라 집집마다 여자의 역할이 다 다르니까.

이 남자는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이 남자의 평안한 가정을 위한 기초 소양 능력이 신장될 것 같았다.

"여자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면 바꾸어 생각해 봐"

"너는 그녀가 생각하는 남편상인가?"


이 남자는 지금 현재 극히 자기 경험적인 사고로 와이프를 평가하고 부부 사이의 서운함을 가지고 있다. 이 남자가 내 아들이니 내가 모를 리 없다. 분명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여성상을 가지고 있을 테고 사회성이 왕성한 남자라 두루 어울려줘야 인간의 예의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그러나 분명 세상을 그렇게 살아야만 잘 사는 게 아닐진대 그것을 알려 주어야겠다.
왜 많은 사람들이 'MBTI의 특징을 알아내고' '혈액형의 특징에 흥미를 갖으며' '도형 유형별 심리 특성을 알려고 하는지'를 이 남자도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은 이 남자의 기초 소양을 제대로 교육시켜 보내지 못한 시어미의 미안함과 이 남자의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서도 <평안한 가정 꾸리기를 위한 남편의 기초 소양교육>을 해야겠다.

대부분의 혼례식에서 빠지지 않는 과정인 성혼 선언문을 부랴부랴 꺼내 들기로 했다.

"성혼문을 왜 혼례식에서 낭독시키는 줄 아니?" 각기 다른 가정에서 자란 선남선녀가 많은 어르신을 증인으로 어른으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야. 여기에 필요한 기본 소양이 어른 되기 위한 결심과 어른되기 위한 공부, 어른의 행동인 거야.

어른되기 위한 결심은 간단해. 결혼 전 엄마에게 하던 아들로서의 생각이나 투정, 행동, 의존 방식을 벗어나겠다는 선언이고

어른되기 위한 공부, 어른의 행동은 이제 한 가정을 책임지는 주체자로서 삶을 살겠다고 선포하는 것이지.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선포했으면 지켜야지. 차근차근 살펴볼까.

1. 나와 아내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성혼 선언문에 있는 "평생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남편과 아내로서 조화를 이루어"라는 이 구절은 엄청난 이야기야. 그때 신중하게 읽었어야 해.
각기 다른 환경에서 30년 이상 산 선남선녀가 어떻게 같은 생각과 같은 패턴으로 행동할 수 있겠어.

네가 생각하는 여자상과 며늘 아가가 생각하는 아내상이 분명 다를 텐데.
"결혼 전 느꼈던 멋진 모습과 많이 다른 데"라고 실망의 눈빛을 보낼 때 아마 며늘아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면서 결혼생활이 현실이다 보니 "왜 이렇게 하냐고" 서로 자꾸 따지면서 부딪혔겠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 다르게 살아왔는데. 그런데 그렇다고 인정해 주기가 어려워. 왜? 눈에 콩깍지가 씌워 과거엔 거기까지 예상 못했거든. 바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와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을 "평생 존중하고 사랑하며 남편과 아내로서 조화를 이루어"라고 씩씩하게 낭독해 놓고 왜 안 지켜. 예식으로 증인들 앞에서 성혼했잖아. 그렇다면 어른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하여 어른 공부를 시작하는 거야.


2. 결혼과 동시에 어른 공부를 시작한다.


성혼하기 전까지는 사회화에 필요한 공부를 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어른화에 필요한 공부를 시작하는 거야. 그 이유는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이거든.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리니까. 그래서 첫 번째가 여자인 아내의 마음을 건전하고 평화롭게 잘 다독여주는 것이고, 두 번째가 좋은 아빠가 되는 거야. 좋은 아빠가 일 순위가 될 수 없는 건 엄마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존재거든. 그러니 우선적으로 아내와 잘 화합해야 가화만사성이 되는 것이고, 아내의 평안한 마음으로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되니 어른 공부는 1번이 아내, 2번이 아빠 역할인거지. 가정을 꾸렸다면 일단 이것이 어른다워지는 노력이고 어른 공부인 거야. 어른 공부를 했으면 그다음은 실천에 옮기는 거야.


3. 공부한 어른을 생활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어른 공부한 내용을 결혼 생활에 행동으로 보여야 해. 다시 말하면 습관이 되어야 하는 거야. 습관들이기는 내 스타일, 내 취향만 고집하며 부딪힘만 빈번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거야. 부딪힘 속에서 이 부딪힘을 의미 있게 가져가야 해. 부딪힘을 쌓아 두기만 하면 상처가 되고 불화의 불씨가 되겠지. 쌓아두지만 말고 왜 부딪힘이 자꾸 일어나는지 생각해야 해. 나는 어떻고, 아내는 어떤지를 생각해 보되 70%를 상대편 입장이 되어 분석해야 해. "그때 상황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겠어"라는 긍정적 수용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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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건데 그냥 막 어른이 되려고 했을까. 물론, 나도 결혼 초기에는 잘 안 됐지. 몇십 년 살고 나니 잘 되더라고. 오늘 아들인 이 남자와 나눈 대화는 모두 젊은 날에 나에게 하던 말이었다.
사람 많은 데서 그것도 어른들 잔뜩 모셔 놓고 성혼선언문을 낭독했으니 이제 어른공부랑 행동을 제대로 해야지. 가화만사성을 위한 남편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 소양교육은 물론 일상에서 끊임없는 역량강화를 해야겠지.

좋은 멋진 훌륭한 어른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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