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과 반성이 있는 진실의 주인공

다시 꺼내 읽다 -처음처럼 '노인의 진실'

by Jung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늦가을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는 그녀.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회상?


소망에 반성 담은 진심어린 각색?







신노진.jpg 신영복 님의 처음처럼 '노인의 진실'에서

신영복 님은 철창을 내다보고 있는 노인의 슬픈 뒷모습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저분이 늘 이야기하던 자기의 일생을 지금 회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저분이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면 최소한 각색해서 들려주던 삶을 살려고 하지 않을까. 각색한 인생사에는 이루지 못한 소망도 담겨 있고, 반성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인의 실제 인생사와 각색된 인생사를 각각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전자를 사실이라 하고 후자를 진실이라고 한다면 어느 것을 저 노인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망과 반성이 있는 진실의 주인공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회상보다는 각색하는 노인의 뒷모습으로 살기로 했다.


왜냐하면 각색한 인생에는 이루지 못한 소망의 아쉬움과
이루지 못한 사유들이 담긴 반성도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회상'은 사실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각색'은 진정성 있는 진실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멋진 선배님이 이렇게 일러준다.

젊은 날에 꿈이 없었던 사람이 어디 있어?

젊었을 때는 무엇이든지 작정하고 열심히만 하면 다 이루어질 줄 알았지.

꿈도 있었고, 작정도 했었지.
그리고 열심히도 해봤고, 그런데 잘 이루어지지 않더라고.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면서 살아봤는데 이루어지는 사람만 이루어지더라고.
(회상 - 사실)


젊었을 때는 몰랐어.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

어느 날 문득 이룬 사람들의 태도를 다시 회상해보니
"그들은 포기를 모르는 채 끊임없이 소망하고 반성하면서 인생을 각색하더라고"
내게 부족한 게 바로 그것이었더라고.

"소망과 반성이 담겨있는 진정성 있는 '각색' "
(각색 - 진실)








그녀는 소망과 반성을 담아 각색 중이었다.


50대 때도 읽었건만 그때는 알지 못했던 노인의 진실을 60이 되어서 제대로 알게 되었나 보다.


아직 늦지 않았기에 소망과 반성이 있는 진실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으며 더 많이 지난 후에 '그래서 그렇게 되었어'라고 반성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창 밖으로 어둠이 내려앉는다.
훤하게 불을 밝히니 창밖에 복숭아나무가

화사한 도화를 피우며 방긋 웃고 있다.

다행이다.

이제라도 도화와 눈 맞춤을 할 수 있어서.


다시 꺼내 보기를 잘했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글귀들.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의미 없이 듣던 '인생은 60부터'라는 이야기.

60년 동안 익은 인생으로 새 출발하라는 의미리라.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면 최소한 각색해서 들려주고 싶은 삶으로. 소망과 반성이 있는 진실의 주인공으로 Go 하고 싶다.

그때는 서툴렀고 지금은 익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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