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수업으로 배우는 관계 기술, 고장나지 않는 관계의 3가지 원칙
보스턴고사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식물이 이렇게 예민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물을 주고, 햇빛도 충분했는데도 시들시들해지는 그 모습이 내 마음처럼 느껴졌다.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이 아이가 단지 '습도'에 민감한 식물이었다는 걸.
조금 지나서 나 또한 그렇다는 걸 알았다.
별 것 아닌 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 무심한 표정 하나에 금세 마음이 마르곤 한다는 걸.
" 나는 식물을 키운 게 아니라
식물에게 관계를 배우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잎을 펼쳤다가 접는 이 아이는 내게 어떤 리듬을 알려주었다.
활짝 펴는 낮이 있고, 조용히 접히는 밤이 있듯,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접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관계에서 늘 무언가를 말하려 하고, 풀려고만 한다.
하지만 때로는 거리 두기와 침묵이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옥살리스는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보스턴고사리는 작은 환경 변화에도 금방 반응한다.
하지만 그 민감함은 이 식물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민감한 사람은 상처도 잘 받지만, 타인의 감정에도 섬세하게 반응한다.
민감함은 약점이 아니라, 공감의 문이다.
옥살리스 트리안굴라리스처럼, 갈등의 순간에 바로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내 감정을 잠시 접고 정리할 수 있는 ‘쉼표’로 관계를 회복시킨다.
“왜 말 안 해?”가 아닌 “기다려줄게”라는 태도, 그게 오히려 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식물은 내가 물을 줄 때마다 천천히 살아난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인정과 닮아 있다.
“이 정도면 잘했어.”
“오늘도 여기까지 온 나, 괜찮아.”
이런 말들이 내 안의 뿌리를 조금씩 단단하게 해 준다.
관계도 식물처럼 빛과 물, 적당한 거리,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관계가 자주 '고장나는' 이유는
내 방식대로만 돌보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물을 키우며 배운 것은 모든 생명은 다르게 피고, 다르게 쉬고, 다르게 자란다는 사실이다.
식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모든 걸 알려준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관계에서 지금 당신은 옥살리스처럼 활짝 피고 있는가? 아니면 살짝 접힌 채 쉬고 있는가?
활짝 폈든 살짝 접혔듯 둘 다 괜찮다.
그 어느 쪽이든 관계개선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
그러나 고장 나지 않는 관계를 위해서는 3가지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1. 민감함을 존중하라. → 물을 줄 땐 흠뻑, 안 줄 땐 기다림도 필요하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상대가 민감할 땐 기다려라.
2. 리듬을 존중하라 → 모든 존재엔 피고 쉬는 주기가 있다. 그 리듬을 존중하라. 리듬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서서 상대를 기다려 주어야 한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3. 살핌은 순환됨을 존중하라 → 살핌에 있어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이 바뀔 수 있다. 살핌은 어느 한쪽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언젠가는 주객이 전도되어 변할 수 있는 것.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존중하라.
고장 나지 않는 관계는 식물에게 배운 자존감과 갈등 회복의 지혜를 실천하면 된다.
간섭이 아닌 기다림. 때론 거리감 두고 기다리기, 가끔은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괜찮다는 허락, 내 감정 먼저 알아차리기, 말하지 않고도 이해받는 침묵의 여백, “지금은 접혀 있어도 괜찮아”라는 위로, 스스로에게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감정이 올라올 땐 식물에게 물 주듯 호흡하고 기다려라.
부디 고장 나지 않는 관계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따뜻하게 가져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