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g히다 Dec 07. 2020

맞추어 가며 잘 살아 보세요

엄마와 아들

내 말에 내가 발등 찧을 줄이야.
아들이라서 나의 말에 무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일거수일투족을 다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웃프다.
그러나 엄마의 품격 때문에 웃음을 참고 내가 한 말을 듣기로 했다.
"맞추어가며 사는 거지"
아들의 말투로
"그냥 맞추어가며 잘 살아보셔욧!"
웃프던 그날 일기장에 나에 대한 반성 더하기 아들에 대한 고마움을 묻혀 붓펜으로 써 내려갔다.



엄마


아들



엄마

아들


엄마






'엄마와 아들' 집안 분위기

         

산소 아찌는 아들들의 아버지를 말함

 







엄마 짜증


제법 시끄럽게 했나 보다.
주방에서 가까운 방에 있던 아들이 큰소리로 부른다.





"내 말에 내가 발등 찧을 줄이야."

여태 무심하게 살아오던 아들이 오늘은?...

엄마라는 존재는 그냥 아버지 뜻에 순종해야 한다는 뜻이나?
어렸을 적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글귀를 가지고
"엄마, 왜?"
 "왜, 집안이 망하는데?" 하며
제법 정당하게 엄마 편이던 아들이었는데, 변했나?


물어볼 수도 없다.


엄마의 품격 때문에.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바라는 엄마상이 있나 보다.
그런가 보다.
늘 품성이 바르고 인간적인 모습만을 보여주길 바라나 보다.
상스럽지 않고, 차분히 주어진 조건 잘 활용하고, 아들 앞에서 아버지 공격 안 하고....


그래, 그래.

미안, 미안.
미안 1- 분주스럽게 일하기 싫어 투덜투덜, 달그락달그락 요란 떨어서.

미안 2- 제철 음식 맛있게 먹으라고 제공해준 너희들의 아버지를 격 떨구어서.

생각해보니 갑작스레이 미안함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그래.
내가 말했잖아.
맞추어 가며 사는 거라고.


그래. 
아들이 말한 대로 "그냥, 맞추어가며 잘 살아보셔욧!"
그렇게 할께.

맟추어가며 잘 살아볼께.



엄마이름을 제시했을 때 시원찮았던 어린 아들의 발음이 "깍정이"


비싸게 주고 산 생물 냉동고에 보관하지 말고
분주하긴 하지만 식감 좋을 때  요리하는 겸 다 요리해서 나누어 먹지 뭐.


복지리탕


홍게찜


생각을 환기하니 요리도 힘들지 않네.



엄마
"아들아~ 카톡으로 주소 줄 테니 박 작가님네 아파트 좀 다녀올 수 있니?

아들
"10분 뒤쯤요~~~~~~~~~~~~"


분명 소심한 복수를 하려 한 것은 아니었는데...
얼른 보면 소심한 복수로 보일 수도 있으련만

아들은 엄마 원망하는 표정 없이 전동기를 타고 흔쾌히 대로변 5 거리를 지나 박 작가님네를 다녀왔다.


오늘도 엄마와 아들은 서로를 가르치며 지켜주고 있더라고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묘한 안정감이라고 할까.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살아야 잘 살아갈 수 있다'라고 어떤 이들이 알려주었거든요.

작가의 이전글 12월은 그러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