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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Dec 10. 2020

대답만 잘하고 말을 잘 안 들어요

면종복배(面從腹背)와 안성기의 주름미소

코로나가 심각하다.

신규 확진 686명 2월 말 이후 최다 역대 2번째!

혹여 달링 family 님들이
뉴스를 확인 못했을까 단톡 방에  올렸다.


달링 family 님들에게 집콕, 방콕을 명했다.


그런데 언제나 대답만 잘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는

산소 아찌라고 부르는 우리 대장님이 고민이다.


가끔씩 "알아서 잘하고 있어." 하며 큰소리만 치는 대장님.


방법은 없다.

백세 운운하며 함께 건강 지키자는 부탁을 해야지



그런데, 이 번에도? 대답만 잘하고 말을 듣지 않을까 걱정이다.

때마침 큰 아들이 구원투수로 거든다.


"다들 조심이요!!"
느낌표 두 개.
당부다.
"건강이 제일 중요함!!"

당부다.


우리 집 대장님이 말을 안 들으면 가끔 아들들을 동원해 사전 작업을 했지만 
이번에는 사전 작업 없이 강경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우리 집 대장님이 "oㅋ"했다.
과연 지킬까?


 F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스피커 볼륨이 작아서가 아니다.
'대장님을 어떻게 더 확고하게 교육시키지?' 고민이 머릿속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그랬다.
퇴임 후 편입해서 중국어과를 다시 다니면서 한시, 한문에 많이 빠져있던 그였다.
부부동반 중국 여행을 가자해서 갔더니

안성기보다 멋진 자상한 주름을 가진 산소 아찌

간판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읽으며 해설해주느라 바빴던 그.

여행 다니면서 그렇게 단시간에 많은 한문 해석을 들어야 했던 여행은 처음이었다.

나는 한시, 한문에 능한 세대가 아니다.

어쩌다 책을 읽다 알게 된 문장 몇 개를 가지고 운 좋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써먹을 뿐이다.
우리 집 대장님은 그런다.
"그 뜻을 몰랐어?"
그럴 때마다 나는 거짓 대답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넵"한다.

"학교 다닐 때 책도 안 읽었어?"
"넵. 입시공부 겨우 하느라."

그래서 무식한 여자로 찍힌 지 오래다.

그러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화가 나지 않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안성기보다 멋진 자상한 주름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웃었다 하며 멋진 포즈로 리얼리티 하게 설명해주는 그가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한자 성어로 그를 좀 골려볼 셈이다. 

"산소 아찌, 면종복배(面從腹背)라고 아세요?"
"뜬금없이 면종복배는?"

설명이 시작된다.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배반한다. 그 뜻이지. "
"비슷한 말로는 면종후언(面從後言), 양봉음위(陽奉陰違)가 있지."
"그래?"
"그런데 양봉음위(陽奉陰違)는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달라."

"괜찮아요. 저는 면종복배까지만 알래요."

.........

"산소 아찌, 꼭 당신 이야기 같아."

"매일 대답만 잘하고 코로나 행동수칙은 잘 안 지키고 이율배반적이야!"


웃는다. 되지도 않는 한자 접목에 어이가 없나 보다.

이때 꿀을 발라 빨리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한다.

"그런데 산소 아찌, 당신 미소는 안성기 주름 미소보다 훨씬 멋져! "

"모르고 있었어요?"

"진짜야 이것 봐요." 하며 한강 걷기 했을 때 사진을 보여주며 너스레를 떤다.
그가 또 웃는다.

이제 됐다. 얼른 확답 마무리 멘트를 해야겠다.
"울 대장 산소 아찌님~ 카톡의 프사 바꾸었던데, 무어라 쓰셨는지요?"
"코로나 피신 여행"




"행동에 제약이 많고 답답하더라도 우리 잘 헤쳐 나가 봅시다. "

 "모임 미루고 회식 자제하고...."
"그게 코로나 피신 아닌가요~"


"알았어. 알았다니까."


이번에는 믿어 보렵니다.

우리 집 대장 산소 아찌가 면종복배(面從腹背) 하실 분은 아니라고.

면종복배 안 하시겠죠?
안성기보다 멋진 주름 미소를 지니신 분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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