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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Dec 17. 2020

성공적인 노화로 잘 늙어갈게요

어머니 아버지를 기리며

왜 못했을까?


어머니 살아생전에
"맛있게 잘 먹었어요."라고

왜 못했을까?

그때는 생각이 모자랐어

아니. 그~때는 철이 덜 들었어.
아니. 그~때~는 알지 못했어.

왜?

학교 공부와 독서만 공부인 줄 알았거든.
공부만 하면 멋진 딸이 되는 줄 알았거든.



아버지 살아생전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왜 못했을까?


그때는 생각이 모자랐어

아니. 그~때는 철이 덜 들었어.
아니. 그~때~는 알지 못했어.

왜?

아버지는 슈퍼맨인 줄 알았거든.

아버지는 크게 품는 것이라고 착각했었거든.

 

- 아버지 기일 즈음에, 둘째 딸드림 - 



도대체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스마트 기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부모님 기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러나 뒤쳐지고 싶지 않아 잠시 들여다본다.

구독 중인 브런치 작가님의 새 글이 도착했다.

"성공적인 노화, 밝고 건강하게 늙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목부터 빨리 읽으라고 재촉한다.
아니,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있나 봐.


https://brunch.co.kr/@happyguy98/141 , by 공감의 기술



조금 젊었을 때  '나는 그렇게는 안 살 거야'라고 가졌던 당돌한 희망

그러나 나이 들고 보니 그분들과 다를 게 없다.

강제 이해를 요구하는 '자네도 나이 들어 봐'가 저절로 나온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공감의 기술님도 그렇다고 한다.

행복한 삶이란

성공적인 노화를 이르는 말.  

성공적인 노화란 잘 늙어 간다는 것.
잘 늙어간다는 것은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유지하고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하는 것.
              -  발췌: by 공감의 기술 브런치, 성공적인 노화, 밝고 건강하게 늙었으면 좋겠습니다 -


                                 

"라이킷! 공감이요. 좋아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부모님을 기린다.

언제나 자기밖에 모르는 철없던 딸.

대학생 때 장학금 받고도 입을 닦아버렸다.

아버지는 은행에 다니셨는데 현금으로 등록금을 내고 나면

그 영수증으로 은행에서 한 달쯤 뒤에 등록금이 입금되었다.

그걸 알바 없는 내가 친구의 영수증을 위조해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리며 반 정도를 즐겁게 쓰고 있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장학금 받았냐? "라고 질문을 하셨다.  
그때 대답을 얼른 '네'라고 했어야 했다.

시치미는 거짓말로. 거짓말은 속보임으로. 결국 아버지의 분노를 키워버렸다.
딸 셋 중에 가장 믿었던 나였다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을 먹고 매를 벌었다.
당분간 어머니마저 정상적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지 않으셨다.
나는 전혀 술을 못한다.

그때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변명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머리를 헝클어 뜨리고, 옷에 흙을 묻히고, 몸에 술을 뿌리고, 어눌한 발음을 하며

'밥은 먹어 뭐하냐'하며 준비한 연극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속아 넘어가시는 듯 "얘가, 얘가~ 들어가지 못해."

"여보, 다음부터 절대 안 그런대요." 하며 아군이 되셨다.

그러나 아버지 눈은 속일 수가 없었다.

나를 데리고 나가셨다. 더 혼내주실까 겁을 잔뜩 먹고 따라나섰는데

"네 이름 뜻을 아니?"하고 나지막이 타이르신다.

"곧은 것의 근본, 기원이 되는 사람."
난 그때 '희'자에 여자라는 뜻 말고 근본, 기원이라는 뜻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폭풍 눈물을 흘렸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도, 진심으로 정말 잘못을 인정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내 이름값을 하기 위하여 더 반듯하게 더 곧게 살아야 했다.  지금까지.  

아니 조금 거창할는지 몰라도 죽는 그날까지 이름값을 할 예정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성공적인 노화로 잘 늙어가며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인생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당신들을 기리다 말고 분심 갖은 거 잘못한 것만은 아니죠?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제 이름의 뜻대로
곧은 것의 근본, 기원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잘 늙어갈게요.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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