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고양이자매에 _ 고양이 자매의 가을 맞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며칠 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계절의 변화를 도돌이표처럼 겪는다지만 같은 해는 한 번도 없었다. 십여 년 만에 한 번씩 녹아내릴 듯 덥고 뼈가 시리게 추웠다. 어떤 여름은 해를 보지 못한 채 비랑 같이 하루를 보내니 우울한 짜증에 멘탈 잡고 있기가 버겁기도 했다. 몇십 년 만의 지속하는 열대야 어쩌고 하는 보도도 그러려니, 원래 여름은 더워야지 겨울은 추워야지 안 그러면 더 전염병 돈다며 수용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돌아봐도 이렇게 힘든 여름이 있었던가, 에어컨이 달려 있는데도 말이다. 고개가 저절로 도리도리 하게 된다. 힘든 여름이 지나갔다. 다행히 몇 년 전 폭염을 에어컨 없이 지내다 고양이들 아플 뻔해서 지금은 약하게 종일 켜두니까 고양이들은 힘들지 않은 것 같다.(지구야 미안해.)
올해는 낮 더위는 견딜 수 있는데 열대야가 계속되어 체력과 정신이 다 쇠잔해졌다. 밤에 에어컨 계속 튼 채로 자는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황이고 고양이도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끄면 금세 더위와 습함이 올라왔다. 아이고.. 수면의 질이 떨어져 악순환이었다.
올해 여름! 지독했고 특히 동물과 사는 모두 애썼다고 위로를 보낸다.
고양이들은 그래도 여름에 강한 편이다. 고양이가 개보다 여름에 강한 이유는 사막 출신이라 28~9도까지는 에어컨 없이도 잘 견딘다. 거실과 방의 시스템 에어컨 중 하나를 틀면 꼭 안 튼 곳으로 들어가서 쉰다. 창문 열고 에어컨을 쐬고 싶다는 심리이다. 나도 비슷하게 침실에 틀어두면 거실로 전해지는 차가운 공기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오히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 어느해는 곳곳에 전기방석을 놔두기도 했고 밤에는 꼭 온수매트를 튼다. 온수매트와 내 몸에 딱 붙이고 두 녀석이 좌 아띠, 우 루카 이렇게 겨울을 보낸다. 어떤 날은 숨이 막혀서 눈을 떴더니 오른쪽의 루카 엉덩이가 내 얼굴에 붙어 있어 털 때문에... 파아....!!!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사는가 반문하겠지만 집사들은 어머 너무 좋겠다고 감탄할 것이다. 사람 몸에 딱 붙지 않는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들이 있어서 두 고양이가 내 몸에 붙거나 다리 사이에서 자는 바람에 몸에 쥐가 났다더라 이런 일화는 자랑질에 가깝다. 집사들의 투덜거림에 속지 마시길, 좋아서 하는 말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을 넘어 추워져 중간 없이 긴팔 잠옷과 실내복을 꺼냈다. 커피는 이미 '따아'로 넘어갔다. 더위 때문에 연속 수면이 어려웠는데 눈 뜨면 원래 기상 시간인 6시 즈음이고 몸도 훨씬 가볍다. 느지막이 뒹굴거리다가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들 곁에서 커피를 마시는 주말의 오후.
가을 햇볕이 아이들 몸을 따끈따끈 덥히고 뽀송하게 소독해 주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햇볕이 섞여서 나도 모르게 노래가 나왔다. 커피는 오랜만에 들른 망원동 대루커피의 원두, 향이 집안 가득했다. 발 밑까지 느릿느릿 다가온 아띠가 아앙하고 말을 건다. 간식도 주고 물도 바꿔주고 장난감으로 잠깐 놀아줬는데 계속 쳐다본다. 뭐지? 혹시?
블랭킷을 무릎에 깔고 "아띠, 이리 와." 무릎을 툭툭 쳤다. 아띠가 한참 쳐다보더니(기다려야 한다, 고양이 막 키우기 시작한 쪼랩들이여! 포기하지 말고 기다림을 견뎌라) 점프. 몸을 잔뜩 말더니 그릉그릉 거리며 이내 잠이 들었다. 이참에 눈곱도 떼고 귀 청소를 해도 다 견디고 그릉그릉.
따뜻한 내 체온을 느끼며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내려갈 기미가 없다. 우리 아띠는 날이 추워지면 자주 내 무릎에서 잔다. 내가 좋은 것보다 내 무릎이 전기방석인 셈이다. 전기방석을 아띠가 좋아하는 자리에 놔주면 내 무릎에 오지 않는다. 몇년 전부터 전기방석이 내가 없는 사이 불이 나거나 전자파 때문에 애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지금은 잘 틀지 않다 보니 낮에 누워 자기 좋은 따뜻한 자리, 내 무릎을 이용한다.(일부러 그런 것은 아님. 진심 걱정되어서 조치를 취한 것.)
그리고 또하나! 우리 검정털의 루카는 비듬 공주님이 된다. 날이 건조해지면 비듬이 자주 등장하는데, 봄 여름에는 많이 없다가 가을 겨울이 좀 심하다.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주면서 관리하지만 목욕을 안시키니까 나오는 비듬을 와전히 없앨 수는 없다. 털을 자주 빗어주며 이렇게 노래와 말을 한다.
"우리 루카 비듬 공주님 되셨네, 어쩌나 빗어도 빗어도 나오는 비듬, 목욕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안되겠지, 안되겠지. 그래도 예쁜 까망털의 우리 루카. 흠.."
골골골 루카는 내 속도 모르고 골골송을 부른다.
확실히 가을이 왔다.
가을이 며칠이나 우리 곁에 있을까 점점 짧아지는 가을이 못내 아쉽다. 청명한 하늘을 보며 건조한 햇살과 함께 많이 걷는 요즘이다. 애지 간하면 그냥 냅다 걸어간다. 겨울이 되면 맘껏 유유자적 걸을 수가 없으니까. 애들과 나란히 앉아 커피도 더 많이 마시고 창문을 열어두는 호강을 누리기로.
고양이처럼 오늘만 살고 오늘을 맘껏 느끼는 하루를 보내기로.
(2024년 10월 7일 해 뜨는 시간도 늦어지네. 6시 너무 껌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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