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고양이 자매에게 _ 자매가 제일 무서워하는 곳, 병원이야기
나는 마포를 떠날 수 없다. 경주 외곽 바닷가가 고향인 내가 서울 생활의 2/3를 보낸 마포는 두 번째 고향이다. 그럼에도 살아보고 싶은 지역이 몇 군데 있긴 하다. 서울 성곽 근처, 북한산 자락, 성북동 골목길, 서대문 안산과 연희동 등.
지금은 더더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는 큰 이유는 우리 아띠와 루카가 3개월 되는 무렵 내게 와서 다닌 병원 2개가 망원동과 성산동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급하면 두 곳을 뛰어다니면서 나는 아이들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만약 오밤중에 문제가 생기면 마포와 서대문 근처의 2차 병원으로 달려가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친구 차를 불러 강남에 가야 한다. 이런 위급상황을 상상하면 도저히 서울 바깥으로 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 두 녀석 모두 먹는 것이 점점 시원치 않아서 유심히 보고 있던 중 아무래도 이빨 문제가 커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이빨을 닦아줘도 현대 동물 의료 과학에서도 이유를 밝히지 못한 고양이들의 치아흡수변변증을 갖고 있는터라.(잇몸에 이빨이 흡수되어 녹으면서 염증이 통증과 함께 심화되는 질환) 열 살이 된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많이 안 좋아진 것이다. 작정하고 지난주에 아띠의 치아 발치를 했고 다음 주 루카의 진단과 발치 예약이 기다린다. 이렇게 연거푸 고액이 드는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다니는 병원의 혜택 덕분이다.
고양이는 사람과 다르다. "아, 하세요. 아~" 사람처럼 입을 짝 벌리고 기다리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지도 않는다. 그래서 발치는 치료가 아니라 수술의 영역이다. 전신 마취를 하고 혈액검사를 해서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수술을 진행한다. 보호자는 수술전에 나쁜 일이 생겨도 수용한다는 각서도 쓴다.
정말 마음 한구석 걱정이 밀려오고 지갑도 보통 일이 아니다. 혈액검사비 20~30만 원에 마취, 발치하는 이빨 개수만큼 올라가는 수술비. 이빨 4개를 뽑았다 치면 60~80만원 까지 돈이 들어간다. 어마어마하게 큰 일이다.
아이들이 첫 번째 다닌 병원은 망원동의 고양이 임상 경력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1~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하고 필요한 진료를 보는데 비용 부담이 된다. 과잉 진료하지 않고 어떻게든 병의 원인을 찾아서 집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예약하지 않으면 간단 진료가 요즘은 어려운 상태이다. 아마도 내과 진료 중에 입원 시간이 길면 나는 다시 그 병원을 찾아서 상담을 할 것이다. 집에서 치료를 진행할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쫄보들은 바깥의 낯선 환경에서 더 힘들어하는데.. 이러면서.
점점 더 나이 들면서 건강검진이나 피검사를 통해 이상증상의 원인을 찾을 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게다가 이사해서 망원동으로부터 멀어진 터라 답삭 들고 달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2년전 부터 성산동의 동물의료생협인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줄여서 우리 동생)에 다니고 있다. 출자를 하여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고 매월 출자금을 낸다. 조합원 할인을 받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의 친목 모임, 병원 운영에 관한 의견을 물을 때 조심스럽게 생각을 보탤 수도 있다. 조합원으로서 1인 1표를 행사는 평등한 권리를 갖고 그만큼의 의무를 다한다.
이번에 우리 아띠와 루카가 받는 이가튼튼 패키지는 이빨 스케일링 혹은 발치를 위해 피검사를 할 때 건강검진을 같이 한다. 엑스레이와 초음파까지 하니까 한번 병원에 가면 다 확인을 다 할 수 있다. 여기에 발치를 하게 되면 수술비용이 추가되지만 다른 병원이 과하지가 않다. (비용이 궁금하시면 직접 병원에 문의하시길. 그리고 동물병원과 서로 잘 맞음 정도는 케바케라는 점!)
홍보 지원 받아서 쓰는 글이 아니다. 이빨 여려개 발치가 겹쳐서 족히 60~70만원 넘게 깨질 것이라 각오하고 병원에 갔고, 비용이 얼마나 물어보지도 않았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비용이 거의 반으로 주니까 아띠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데 너무 고마웠고 더 열심히 조합활동에 참여해야겠다는 엄마 마음이 되었다.
수익을 미루는 동물병원은 없고 우리동생도 마찬가지이다. 적정 수입을 통해 더 좋은 진료와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은 기본이다. 그 외에도 지역의 저소득층, 노인 1인 가구의 복합 돌봄을 위한 네트워크 테이블에 참여해 시범 돌봄 사업을 모델링하고 실행하는 일을 함께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이 나이가 들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복합적인 문제가 생긴다. 나빠진 건강과 나이 늙어 돌보지 못하는 살림, 혼자 움직이기 어렵고 돈이 드는 병원 방문의 거부 등 이런 문제들은 2차로 그들이 돌보는 반려동물의 삶의 질도 같이 나빠지고 질병이 나타난다. 개는 산책을 못 가고, 고양이는 화장실 정리부터 위생상의 문제 등이 발생한다.
이런 복합적인 삶의 질과 관련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포지역 4~5 민관 기관, 단체들이 한 테이블에서 공동사업을 꾸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이 모든 것은 예산이 필요한 부분이라 숙제이다.)
작년 사업을 운영한 분들의 얘기를 듣기로 개인에게 접속하여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나는 괜찮고 우리 강아지 병원 좀 가게 해달라는 요청이 꽤 있다고 한다. 사람 방문 지료+동물 방문 진료, 집정리 서비스가 진행하는데 우리동생이 동물 방문 지료 혹은 동물 픽업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사람, 동물 모두 의사 선생님들이 마음과 품을 내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들이라 리스펙이 저절로 올라온다. 의료대란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묵묵히 소외된 자리를 찾아가 방문 진료를 하는 의사 선생님들이 동네에 같이 산다는 자부심이 있다. 사명감은 이럴 때 붙이는 말이다.
조합원들의 소모임은 애기 고양이 구조했을 릴레이 돌봄과 육묘를 하는 모임도 있고, 길고양이 모임, 벼룩시장을 진행해 길고양이 돌봄 후원금을 모으는 모임도 있다. 조합원이 다양하게 많기 때문에 대의원 구조의 큰 결정과 총회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대의원들은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총회에 참여하여 결산과 계획을 살펴보고 토론하고, 의견을 내고 결정한다.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의견 수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올해 우리동생은 이사를 해야 한다. 10년간 머문 건물이 팔려서 다른 건물로 건너가기로 계약을 마무리한 상태이며 공간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있다. 병원과 조합사무실 등 공간의 모습을 상상하고 의견을 받는 시간을 마련할 때 기꺼이 참여하여 도면을 보고 결정하는데 말을 보탰다. 더불어 다른 대의원들과 사진 속 고양이들의 모습에 까르르 웃고 관계도 맺는다.
우리 꼬맹이들이야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갈 때마다 벼락같은 충격이겠지만 나에게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소중하다. 병원이 갖고 있는 가치가 좋으면 금상첨화이고. (아띠는 병원 다녀와 일주일동 안 나를 경계하고 있는 중이다. 이 언니가 또 내게 뭘 하나 싶어서... 쩝. 미안하다.)
아이들에게는 지옥 같은 무서운 곳이지만 나에게는 하늘 같은 곳이 동물병원이다. 애들을 안전하게 내 품에 다시 돌려주고 진료 결과에 따른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 이번에 우리동생이 이전하면 더 좋은 환경이 될 것 같다. 앞으로 5~10년, 어쩌면 더 긴 시간 애들이 다닐 병원이라 우리동생 조합 활동을 조금씩 더 할 예정이다. 내게 뭔가 혜택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 병원이 안정되면 우리 애들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에게 더 좋은 진료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길가의 동물들 소외된 사각지대의 진료 영역 밖에 있는 동물들이 돌봄을 받을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그 기회를 만드는 활동은 협동조합에서는 결국 조합원들의 참여가 기본이다. 작은 돌멩이 하나 더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동물권이 확장될 때 우리동생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기에 그럴 때 힘을 보태서 동물과 사람이 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이라는 크지만 작은 소망을 마음에 품고 있다. 언젠가는 말이다.
아휴, 그럼에도 난 벌써 걱정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영특해진 우리 루카를 어떻게 캐리어에 태울까. 담주에 에 있을 전쟁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병원에 다녀오면 서로 하악질을 하는 똥멍충이가 되는 우리 고양이들은 어쩌구. 시간이 해결하겠지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6kg이 넘는 고양이들 데리고 움직여야 하니 열심히 허리 운동을 으쌰으쌰.
(2024년 9월 30일 마음을 다잡아 먹고 또 병원 갈 준비를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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