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나아가 근원에 닿은 사람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마이너 카드 Discs 9번

by 마담 삐삐
디스크_9.png 마더피스 타로 카드의 Discs 9번 카드.

초저녁 잠 끝에 눈을 뜨니 아직 밤 12시. 달아난 잠 덕분에 마더피스 타로를 만든 비키 노블과 카렌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그녀들이 마더피스 타로를 시작한 이유와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내가 어떻게 '여신 세계'에 발을 들였는지 떠올랐다.


인생의 수레바퀴 위에 찾아온 질문과 호기심

막 이십 대가 끝나고 서른이 되었을 때 나를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었다. 함께 귀촌하여 사는 삶을 꿈꾸던 관계가 박살 났다. 몸과 마음을 다 갈아 넣어 일하던 단체가 사라졌다.

기댈 곳 없는 마음에 한국의 여신은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며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단군은 한반도의 국가(가부장 기반)를 만든 신이지 창세신이 아니다. 창세신은 무릇 땅과 하늘, 인간을 빚는 이여야 한다.

대부분 선주민들에게 먹을 것과 살 땅을 열어준 이들은 여신이다. 왜 한국은 왜 없나 뒤져보다 여신이 머무는 자리는 결국 무당의 입이었음을 깨달았다. 선사시대 문화와 상징이 현대사회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가 궁금해질 때 즈음 나는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바뀌었다. 변화의 시기에 예술치료상담 공부를 하였고 심리학 이론을 겉핥기라도 얼추 2년 가까이 진행했다. 융의 집단 우의식과 영향에 관한 이론은 흥미로웠다.

한국의 원형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의 영혼의 고향은 어디인가 질문하면 결국 무당의 입이 전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민예총 굿위원회의 해맞이굿 같은 큰 행사에서 굿을 이끄는 모습에 인상이 깊게 남은 김매물 만신을 집적 찾아간 것도 혼자 호기심과 배움의 욕구가 컸기 때문.

무당의 굿, 예술가들의 공연과 전시는 순간 속에서 만나고 빠이빠이. 개인적 인연을 갖는 것에 욕구가 1도 없어 한국의 큰 무당을 개인적으로 만나러 간다는 것은 선택지에 없는 일이다. 예술치료 공부가 끝나고 몇 년간 공들인 문화공간 사업도 변화가 생긴 생긴 맺음이 필요한 때, 뭔가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김매물 만신과의 만남은 상담하는 사람의 자세, 마주함, 생을 읽는다는 것의 고귀함 같은 것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다 괜찮다, 언제든 찾아오라' 위로의 마지막 인사까지 이어지는 상담사의 태도를 지금도 오마쥬 한다. 단 한 번의 만남이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예술치료 과정에서 배운 만다라 그리기로 2년여 동안치유와 성찰의 작업으로 주로 활용하였다. 몸과 마음을 열고 치유하는 티벳탄 펄싱을 아난도의 가이딩으로 경험하고, 만다라를 그리고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고. 인생의 다시 올 수 없는 싶은 시간들이었다.

미술 작업으로 인간의 내면에 들어가는 경험을 하였지만, 나의 질문, 동아시아 한국에서 태어난 나의 영혼은 정서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더 스며들듯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두리번거렸다.


부유하듯 혼자 배움의 안갯속에 등장한 가이드, 마더피스 타로카드

마더피스 타로 카드가 내 손에 도착한 것은 이런 탐색과 직접 경험,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고 나서였다.

구안와사를 앓고 이러저러 마음고생, 정서적 독립과 스스로를 책임지며 마침내 고양이 입양까지. 나의 시계를 팽팽 돌아갔다. 때가 되어 마더피스 타로와 선생님 프시카를 만나기 전까지. 우리에게는 왜 여신이 없지 탐색한 지 이십 년 만에 마더피스 타로와 선사시대, 여신과 인간을 본격 마주했다. 정규 교육과정과 누군가의 제자라고 지목할 스승이 없는 혼자 배움의 시간이었다. 마더피스 타로를 알려준 선생님과도 배움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따로 연락을 드려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녀가 인도한 마더피스 속 여신의 세계를 다시 내 호기심과 탐구의 기세로 해쳐 나아가고 있다.


1920px-Monument_Valley_Totem_Pole.jpg 북미 인디언 나바호족의 영혼의 고향 모뉴번트 밸리 (현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에 걸쳐 있음)

스스로 치유하는 고독의 시간

일상에서 누구나 하는 먹고사는 일을 하다가 혼자 예술과 명상을 위해 사막에 나가 스스로 배움과 치유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 카드 Discs 9번.

사막에 혼자 앉아 나바호족의 치유 그림인 모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다. 게다가 흙의 에너지답게 현실적인 먹을 것과 도구들을 착실하게 챙겼다. 선인장 꽃이 피어 그녀가 그림을 그릴수록 더 깊은 지혜를 얻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맞은 뱀은 왠지 그녀가 그리는 세계 속을 같이 여행하고 이는 듯하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원반 속 만다라들. 폭풍이나 환경의 영향으로 사라질 때까지 존재할 그림을 그리면서도 작업의 효능을 믿는다. 나와 타인의 치유를 바라는 기원이 그림에 담겼기에.

혼자 나아가 만난 근원(manda)에 닿은 사람은 끝끝내 인간은 혼자이기에 할 일을 마주하는데 두려워진 않는다. 끝끝내 물리적 세계에서의 먹고사니즘이 주는 근심과 걱정을 걷어내고 가야 할 길에 닿는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면 평범한 일상의 사람답게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세상은 그녀가 어떤 인내와 탐구의 시간과 경험을 거쳤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더 이상 Discs 9번의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 혼자 있는 일이 두렵지 않기에. 마치 고대의 할머니 샤먼처럼 그녀는 일상을 살다가 필요하면 혼자 성찰과 치유, 탐구하며 모래 그림을 그리며 기도한다.

디스크 9번의 히끗한 흰머리의 그녀를 보며 나의 노년을 상상했다. 더 지혜롭고 더 단순한 할머니가 되기를 상상한다. 나에게 삶이란 무엇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0년 가까이 알려준 내 맘 속의 스승님들께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직접 그런 말을 전할 위인이 못되기에.

먼저 마더피스 타로를 만든 비키 노블과 카렌 보겔에게 당신들은 멋진 여인들이다. 그리고 영혼을 들여다본다는 고귀함을 알려준 김매물 선생님, 티벳탄 펄싱으로 몸의 치유와 친구의 사랑을 지금도 이어가는 아난도, 예술 치료 상담사의 자세를 직접 보여준 김옥자 선생님, 긴 세월 청하는 만남을 한결같이 받아주는 이은진 선배님께 스페셜 땡큐를.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내일의 내일에도.

훌륭한 사람이 많고 많지만 나는 또 바위산을 오르는 염소처럼 여기저기 혼자 뛰어다닐 예정이다.



2026년 1월 26일

혼자 서서 둘이 춤추는 탱고를 하러 가기 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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