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마이너 카드 Discs 3번
여러 날, 여러 일, 여러 사람과 만나는 입춘과 봄을 맞이하는 나날이다.
어떤 날은 마더피스 타로를 내게 배우는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삶의 빛깔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그 이야기들 속에 연결된 낯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마치 윤동주의 서시의 별 헤는 밤처럼.
나와 연결된 어려운 결정을 하는 날, 의견이 부딪히고 생각을 모아가는 날, 새로운 상상을 현실을 만들 궁리로 카톡을 주고받는다. 낯선 사람들의 자기 일 소개 속에서 내용보다 감정을 느끼며 잠깐 낯가림 속에서도 존중의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모든 것은 집으로 돌아와 혼자 낯의 만남과 이야기 속에서 진동한 나를 정리하며 우리 고양이들과 하루를 마감한다.
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여 일 년의 뼈대를 세우고 살을 채워 완성한다. 2026년의 모습은 어떨까 대략 몇 가지는 상상이 되지만 아직은 땅을 다지는 정도여서 마지막을 그려보기 어렵다. 뿌옇고 확신이 들지 않는 초기 작업이 현실의 무엇인가를 만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탕을 단단히 하지 않는, 수고로움이 빠진 날림이란 후두두 날아갈 바람 같은 것.
혼자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처음 느낀 때가 여덟 살이었다. 달랑 2반밖에 없는 시골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입학한 날이었다. 태어난 집에서 멀지 않은 학교였고 언니들 따라 그네 타러도 자주 간 학교였지만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또래의 친구를 사귀지 않았던 나는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아는 아이가 없는 상태였다. 다른 아이들은 옆집의 누구, 농사와 바닷일로 연결된 집안끼리 알고 있었다. 시골에서 나처럼 인근 아이들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드문 케이스였지만 머리로 이해할 상황이 아니었다. 어린 나로서는 학교에서의 오전 시간이 내내 이상했고 해석할 필요 없는 큰 슬픔으로 인식했던 모양. 집에 도착해서 아주 심플하게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엄마, 나만 친구 없어. 우아아아 앙." 대성통곡을 했다.
생존을 위해 사람과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 문장으로, 아이의 언어로 말한 것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아이의 심각한 상태를 말로 해석하기 전에 먼저 느끼는 분들이다. 아마 나의 어머니도 이 상황의 위급함을 느꼈던 것 같다.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잡고 설명 없이 어디론가 걸어갔다. 100미터도 못 되는 우리 집이 있는 큰 길아의 자전거포에 도착했다. 드르르 문을 열고 아주머니(심지어 안면이 있는)에게 " S가 있어요?" 묻고 아주머니는 S를 불렀다. 우리 반의 S가 J와 함께 놀고 있었다. 내손을 끌고 앞으로 밀며 어머니는 "얘들아, 우리 선희랑 같이 친구 할래? 응?" 아이들은 흔쾌히 오케이 했고 나는 그날 집 근처 친구를 사귀었다. 꼬맹이 둘에 울보 하나가 더해진 그날 이후 여러 번 다른 반이 되기도 했지만 6년+중학교 3년 10년 가까이 동네 친구로 같이 성장했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스스로 사귄 것 같은 느낌의 친구를 만난 자신감은 이후 학교 생활을 이어가는 큰 힘이 되었다.
혼자 배우는 과정을 거쳐 관계로 나아가는 사례로 나의 첫 친구와 협력의 기억을 꺼냈다. 누구나 개인에서 집단으로 나아가는 시기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면 때로 누군가에게 배우기도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기도 한다. 각자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팀을 구성하여 일을 한다. 두 사람이 하는 것은 대화이지 회의가 아니어서 최소 세 사람은 모여야지 일이 된다고 농담 삼아하는 관계의 시작인 숫자 3. 본격적인 관계가 시작되는 숫자 3.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삼각형, 혹은 둘 이상의 집단활동과 협동을 상징하는 3에 관한 풍습이나 신화적인 요소를 떠올려보자.
한국 전통의 삼칠일, 삼재, 삼신할머니, 삼일장 이런 풍습부터 종교에서는 천지인, 삼위일체, 운명의 세 여신, 어둠의 여신 헤카테, 케로베로스, 동방박사 3인 등 다양한 신의 모습과 의식으로 남아있다. 당장 웹 리서치 없이도 떠오르는 리스트가 이만큼이면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는 더 많을 것이다. 하다못해 병원에서 약을 교체서 적용하는데 3일 연속 복용 이런 원칙이 있기도 하다. 항생제도 최소 3일, 감기약도 사흘 치 약이 기본이다.
인간의 일상에서 자주 만나고 친근한 숫자 3의 통합과 조화, 협업의 의미가 마더피스 타로카드의 디스크와 만나면 더욱 강해진다. 카드의 그림은 여성 벽돌공들이 공동으로 건축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뉴멕시코의 차코 캐년은 800년대~1200년대에 걸쳐 지은 푸에블로 인디언들(호피, 주니, 리오그란데 푸에블로 선주민)이 만든 공동체 건축물이다. 거대한 요새와 같은 구조의 벽돌을 쌓아서 만들었고 종교와 일상의 의미가 집약한 형태의 가옥+신전 구조물이다. 근대의 인류학에서 모든 유적을 남성이 주도해서 제작했다고 주장하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유적과 인류학 자료를 근거로 반박하고 있다.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모계 사회였고 건축이 노역이기보다 영적 공동체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또한 유물터에서 발견한 여성의 뼈를 연구한 결과 단순 노동과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옮길 때 생기는 자욱이 남아있다. 즉, 차코 캐년을 만드는 과정에는 남녀노소 모두 결합했으며 초기 모계 사회가 여성의 리더십이 크기 때문에 여성 기술자들의 손길이 많았을 것이다.
인류학적 상상을 그림으로 그린 Discs 3은 서로의 기술을 존중하고 사려 깊게 적용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런 노동의 결과물은 공동체와 집단이 안전하게 살아갈 물리적 공간을 제공했기에 모두에게 고마움과 인정을 받는다. 차곡차곡 체계적으로 쌓아서 만든 단단한 물건들이 환영받는 것은 당연하다.
디스크의 협업과 공동체 의식, 순서대로 만드는 에너지가 숫자 3을 만나 더욱 강력한 협동과 분업, 노동의 적용, 물적 결과를 빚는다.
현대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한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연은 점점 더 황폐해지고 분배의 정의는 점점 멀어지는 절망과 환멸을 노력의 선물로 받는다. 이런 시대에 변방 어딘가에서는 지리상의 발견 이후 성장한 자본과 개인이 이주하여 실험한 꼬뮤니즘의 실험인 협동조합의 현대적 적용을 하고 있다. 공동 투자와 공동 분배, 공동 노동. 다양한 사회 주제 영역의 협동조합은 법으로 보장받는 지위를 얻고 있다. 누구나 협업을 통해 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울수록 물어보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협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의 심플한 노동의 협력인가, 자본의 연결인가, 공간의 공유인가. 조직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가 다들 것이다. 그럼에도 동일하게 확인할 것은 참여한 사람들의 어떤 협력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와 서로의 노동과 기술을 존중하고 있는지, 이러한 과정이 결국 복잡한 세계 속에서 서로 살아갈 만한 에너지를 주고 있는지. 혼자라는 감각에 눈물 흘리던 한 개인을 친구와 연결한 누군가의 손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여러 번 질문을 하고, 실제 여러 가지 협동조합에서 대의원과 실무 노동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협동의 의미를 확인하는 중이다. 어떤 가치도 인간의 노동과 연결보다 더 중하지가 않아서 Discs 3의 '사려 깊은 노동과 기술'의 적용과 인정이 의미가 더욱 소중하다.
나는 어떻게 내 노동을 공동체에 적용하고 이어갈 것인지 매일 하는 고민이다.
친구가 없다는 절망감을 이겨낸 선희는 이렇게 협동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중이다.
2026년 2월 18일
설 연휴 마지막날, 더 이상 명절을 지내지 않지만 모두의 평화를 기원하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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