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마이너 카드 Discs 6번
나의 첫 공작은 여덟, 아홉 살 무렵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내가 태어난 동네는 경주 외곽으로 신라의 유적지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동네이다. 차로 5분 거리에 석탈해 탄생지, 15분 거리에 문무대왕 수증왕릉과 이견대, 감은사지는 잘 알려진 관광지이다.
신라의 흔적은 유적만이 아니라 불교문화로 고향 작은 마을의 일상과 문화에 뿌리내려 있다. 우리 절이라 부르는 보덕암은 산속에 자리 잡은 작은 암자이다. 벼랑 위에 지은 아주 작은 암자임에도 시작은 통일신라까지 올라가야 한다. 통일신라 마지막 경순왕(927~935) 대에 지은 절로 그가 몸을 피신했다는 동굴이 있다.
우리 동네는 정월 대보름 즈음 동제를 지내고 성황당 소나무 옷을 갈아입는 절기 행사를 포함한 1년 중 큰 행사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봄의 석가탄신일과 여름의 백중이다.
동네 별로 큰 어른(할머니)이 있어 일을 진두 지휘 한다. 몇몇 집은 절에 갖고 올라갈 음식을 준비하고, 어느 집 마당에는 사람들이 모여 연등 틀을 만든다. 그리고 손재주 좋은 어르신 안방에 동네 여인들과 그녀를 따라온 자녀들이 둘러앉아 연등의 꽃잎과 잎사귀를 한지로 만들었다.
아이들에게도 고양이 손이지만 뭔가 만들 기회를 준다. 조용조용 사각 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방에서 모두 각자의 작업에 몰입하던 그 풍경은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내가 어릴 때에는 산파인 할머니(나도 할머니가 받았음) 마루에서 작업을 했는데 엄마가 해보라고 종이를 쥐어줬다. 느리고 완성도는 좀 떨어졌지만 기특하다 칭찬을 받았다.
4월 초파일에는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억하며 사람들이 각자 할 일을 착실하게, 아름답게 모아서 빛나는 한 달여를 보낸다. 부처님께 올려야 하니 정성과 손끝의 아름다움을 총집합하는 시기이다. 석가탄신일에 절에 올라가 나눠 먹는 절밥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 솜씨 좋은 할머니와 어머니들 손맛의 향연이었다.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 크리스마스처럼 집집마다 석가탄신일을 기억하고 지역별 행사를 하는 줄 알았다. 나의 고향에서는 대대로 이렇게 봄과 여름을 신을 기억하는 동네 문화를 이어오며 살았다. 연등을 구입해서 달기 시작하고 하나둘 동네 어른들이 돌아가시면서 일상을 연결하는 손끝의 작업은 사라졌다. 절을 구심점으로 동네 여인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손작업을 모으는 협동은 깨졌다.
손끝의 감각, 성심을 다하는 마음으로 빚는 공예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준 사람은 나의 할머니, 고향 마을의 여성 어른들이었다. 할머니가 눈대중으로 만든 손뜨개 스웨터, 엄마가 자수를 놓은 앞치마, 뒤뜰의 나란히 놓여있는 각종 항아리들과 그 속의 담근 장, 씨앗을 말리는 바구니, 곡식 껍질 분리하는 키, 복자를 담은 흰색 도자기 그릇들, 특별한 날을 위한 유기. 할머니 집의 전복과 조개껍질 안쪽의 진주층으로 무늬를 만든 자개장 등 공장에서 만들어서 내 방에 놓인 것들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지만 손끝으로 만든 일상의 물건들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욕망의 화신 같은 이십 대가 지나 일상과 내 살림을 본격 하면서 어린 시절 공예와 손의 감각을 떠올렸다. Wands 2처럼 언니들이 겨울마다 만드는 대바늘뜨개를 흉내 내어 혼자 코바느질을 익힌 것처럼.
대바늘, 코바늘, 프랑스 자수, 매듭 그리고 미싱까지 듬성듬성 스스로 만들기에 빠져든 것은 일상의 물건을 내 손으로 만드는 묘한 매력과 아름다움이 기억 속에서 다시 돌아온 덕분이었다. 그리고 핸드메이드 마켓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도시에 살며 공장에서 찍은 물건은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사려고 검색하다가도 마켓에 가면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공감하며 구입했다. 거의 이십 년 가까이 쓰고 있는 작품도 있다.
살림이란 '살리다'의 준말이다. 나를 살리는 과정인 요리를 해서 담는 그릇. 요리의 완성이자 삶의 현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 같아서 지인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구입한 그릇에 담아서 나를 위해 내놓는다. 그릇을 보며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 그들의 작업을 떠올리며 고마움을 표한다.
마더피스 타로카드의 Discs 8은 이러한 일상에 필요한 것을 만드는 기술과 노동에 경의를 표한다.
4인의 장인은 각자의 시간과 과정을 다해 공예 작업 중이다. 각자 다른 작업에 깊이 몰입해 있고 다른 속도이지만 만드는 물건들이 머물 곳과 목표는 동일함을 잘 알고 있는 기술자들이다. 구슬을 꿰어 벨트를, 점토로 도자기를 빚고, 갈대로 바구니를 만들며 베틀에서 태피스트리를 짜고 있다. 이 기술은 인간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근본에 닿아 있다. 기술을 서로 가르쳐주는 배움의 나눔을 기꺼이 행한다.
"일상이 예술이 되고 그 예술이 곧 영혼의 진보"임을 아는 공예인들은 "실용적인 것은 아름다워야"함을 알고 있다. 공예의 재료들, 쓰는 인간 모두 지구로부터 왔으니 여신의 몸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노동이 명상이 된다. 나의 작업이 소중하듯 타인의 작업이 귀하다. 그래서 모든 노동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다해 물건을 사용한다. 하루가 의미가 있으며 충실하다. 꼼꼼하게 깊게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같이 공예품에 담긴다.
청년기부터 다양한 조직과 협업체제의 경험을 하고, 네트워킹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속도와 기쁨을 느끼기에 피라미드의 경직된 협업은 서로를 깎아먹기에 딱 좋다. 효율적 일지는 모르겠지만 최고의 결과물, 완료하고 나서 더 겸손해지는 결과물을 내기에는 데빌의 피라미드 구조가 맞지 않다.
최상의 협업과 협동은 같은 작업을 분업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에 맞게 작업하는 것, 서로의 노동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협동은 개인의 노동이 빛나도록 구조를 짜는 것 아닐까 하는 나의 생각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가슴이 울렁했던 카드이다. 그렇기에 결과물이 아름다운 것이다.
리딩할 때, 일 관련 질문에 이 카드가 나오면 축복하듯 인사를 건넨다.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최고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집중해서 일하는.. 오래오래 그분들과 일하는 기쁨을 나누시길 바라요." 이런 축복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타로리딩이 의미를 갖는다. 노동이 즐겁지 않은 시대에 일하는 기쁨, 노동의 몰입감을 느끼라고 축복할 수 있다니.
감각이 무뎌질 때 슬그머니 상자에 넣어놓은 실타래와 바늘을 꺼내 필요한 주머니 같은 것을 만든다. 한 땀 한 땀 늘어나는 과정이 주는 충실함에서 다시 일상의 감각을 건진다.
어떤 직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노동이 중요하다.
2026년 3월 9일
일을 열심히 해야지 마음 다지는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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