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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Oct 14. 2022

유전

언니들과 가끔 만나 얘기를 하다보면 까먹고 산 나의 유전자를 뼈저리게 느낀다. 셋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고 부모님에게 받은 유전자가 같다보니 내게 일어나는 현상은 이미 몇년전부터 언니들의 몸에도 시작되었다. 젊은 동안 내내 저혈압인 줄 알고 살다가 갑툭튀 40대 중반 즈음 나는 고위험군, 출산한 언니는 고혈압 등장. 이미 허리통증으로 나보다 더 먼저 디스크가 등장했다. 심한 난시와 남들보다 튀어나온 복숭아뼈 때문에 신발은 인터넷으로 구입불가.(세자매가 나란히 비슷함)

고혈압, 디스크, 심한 난시, 튀어나온 복숭아뼈.. 모두 아버지의 유전이다. 셋이 만나면 일어서고 앉을 때마다 허릴 피느라 에고에고 하고 안경 얘기는 시시때때로 우리의 주제가 된다. 신발 얘기 역시. 어제 만난 큰언니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고혈압과 디스크, 난시와 툭튀어나온 복숭아뼈를 주셨지, 예!!.”

아! 그리고 셋이 다 눈물 부자라 셋이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면 같은 타이밍에 울기 시작한다. 누가 울면 따라 우는 것도 같다. 조카와 형부들이 엄마랑 이모들 또 시작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 셋이 목소리가 비슷해서 대신 핸드폰을 받았다가 형부들에게 여보 소리 여러번 들었다. (심지어 과 선배가 된 작은언니 여고 친구는 목소리로 작은언니 동생이냐고 묻기까지.)

그런데 희한하게 성격과 취향은 셋이 완전히 다르다. 유전자가 비슷해도 개인의 자아를 구성하는 과정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


(2021.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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