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은 이십 년 후에 공개하라" _ 힐마 아프 클린트
힐마 아프 클린트는 한국에서 팬덤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언이 추상 작품을 20년 후에 공개하라고 말을 남기고 1944년 세상을 떠났으니. 1986년에 사후 첫 전시를 했다. 전 세계가 아직은 낯설 수밖에 없고, 팬덤은 마이너 하게 퍼져 있다고 본다. 처음 그림을 보고 치유그림하시는 분인가 현존하는 작가인 줄 알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대부분 20세기 초에 그린 것이고 뭣보다 그녀는 19세기에 태어난 여성 작가였다는 것. 다른 추상작가들과 자꾸 비교하는데 어떤 작가와도 비교할 수 없다. 나에게는.
보자마자 이것은 영적 세계인데.. 빛과 사랑의 핑크컬러, 수없이 부서지고 모아져서 연결되는 내적인 세계. 명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아마 영성과 명상에 익숙한 분들은 스팩트럼과 하트를 울리는 컬러와 패턴에 익숙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부분이 현존하는 세계를 구현하는 추상작가들과 차이를 느꼈다.
분열 속에서 차분하게 올라가는 빛의 세계가 보여서 빛과 에너지가 신의 세계이겠구나 난 그럼 신의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까지 한순간 느끼게 한 작품들이다. 그녀의 그림 세계와 정신세계는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남달랐다는 것만.
이 세계는 나의 그림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20년 후에 공개하라는 유언만 봐도 이성의 시대를 관통하며 자본주의가 성립되는 과정을 지켜본 그녀의 통찰을 알 수 있다. 60년대는 뉴에이지의 시대였으니 그녀는 예측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영화가 한국에 상륙한다니 너무 기뻐서 속내를 다 드러낸 글을 쓴다.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설렘. 겨울의 시간을 맞이하는 이유를 하나 달아서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2023. 11. 16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