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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Apr 12. 2024

한 사람의 작업을 계속 보는 기쁨

전시 '새끼-치기2  .. It's time for LOVE' 

점심으로 스파게티를 먹고 싶었고 냉장고를 뒤졌다. 이런, 양파가... 양파를 사러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앉은 김에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다가 조말 작가의 전시 소식이 보였다. 양파 사러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가도 좋을 집 가까운 전시장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대충 쓱쓱 머리 빗고 티셔츠에 치마 걸치고 나왔다.


조말 작가는 그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큰 모험인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다. 마더피스 타로를 배우고 혼자서 리딩하고, 지인 리딩, 가까운 사람들 행사에 참여해서 돕는 수준이었는데, 강정아 작가가 사람을 모을 테니 가르쳐달라고 했다. 타로를 내가 가르쳐 줄 정도로 내가 마스터인가 스스로 의구심이 들어 당신들이 나를 도와준다 생각하면 아주 작은 참가비로 같이 워크숍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마더피스 타로를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첫 단추를 강정아, 조말 작가와 함께 했다. 지금 이래저래 마더피스 타로를 가르쳐 주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된 시작을 그녀들이 열어주었다. 내내 고마운 사람들 일터.(그러나 그녀들은 잘 모를 것이다. 흐흐흐)


지난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지인들, 지역 사람들의 전시가 여러 개 있었는데 자극에 나를 내어놓지를 못한 채 움츠려 있느라 가고 싶지만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놓친 전시들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이 전시에 함께 있었다. 11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에너지를 다 받는 것이 괜찮은 걸 보면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온수공간은 서교동 우리은행 사거리에 숨어있는 공간인데, 이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싶은 재미있는 구조의 3층 건물이다. 전시하기에 좋은 형태로 구성했고, 1층에 카페도 있어서 쏙 숨어서 커피도 마시고 전시도 보는 여유를 줄 만한 곳인 듯. 예쁜 고양이를 만나 이미 재미있어진 상태로 전시장에 들어갔다.

전시는! 설치와 영상 중심의 판매가 어려운 작업이 어떻게 사람들의 손에 작품을 전해주고 판매로 이어지게 될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작가들의 재미난 ’ 새끼-치기‘였다. 대형 작품이 없이 작은 작품이 나를 좀 보라고 밀어붙였다. 당장 경제력과 집 구조가 허락하면 데리고 오고 싶은 작품들도 있었고. 

조말 작가의 원작은 개발이 이슈인 여러 지역의 흙을 섞고 흔적을 남겨 기록하고 설치한 둔 민둥돌산의 여정을 평면작업으로 옮긴 것. 이전에 만난 나무를 붙이고 쌓고, 종이로 압축을 시켜 두께를 만든 이전 작업과 묘하게 연결되면서도 달라서 재미있었다. 서울을 떠나 울산, 부여 등 다른 지역을 만나면서 한껏 더 출() 몰(沒)에 대한 감각이 그 두께 위에 쌓인 듯.  한 사람의 작업을 계속 보는 재미는 이런 것이다. 나를 맞이하는 여전히 착한 미소의 그녀를 마주하고 나도 착하게 웃었다. 나중에 그녀가 할머니가 되어 여전히 착한 미소로 인생의 어떤 두께를 보여줄까 개인적으로 몹시 궁금하다.

이미 10대가 되기 전 만난 품바타령이 은율 작가의 영상 작업에 나왔다. 품바 각설이 타령은 거지들이 세상을 풍자하는 가사 기가 막힌데 '일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오니~~' 이렇게 돌림말처럼 관련된 인간사나 사회적인 사건들을 노래로 부르며 장을 떠돌았다. 공연계에서 80년대 말에 한동안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 실황 공연 테이프가 발매가 되었고 시골 동네여도 집집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였다. 나도 그런 어디 가도 들을 수 있는 품바 타령 공연 테이프를 아주 꼬맹이때 들은 기억이 있다. 이미 너무 오래전이라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작품 영상에 품바타령이 흘러나오자 어느새 "일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오오니~" 중얼중얼 따라 불렀다. 어릴 때 기억이란...

작가와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는 그녀와 반갑게 다음에 또를 약속하며 이 실험이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무책임한 덕담을 놓고 나왔다.  그녀의 성실한 작업과 착한 미소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작업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양파를 사고 품바타령을 중얼거리며 어묵볶음을 해서 냠냠 맛있게 먹은 아주 좋은 봄날이었다. 

11명의 작가들의 에너지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아래의 전시 정보를 보고 홍대 들른 김에 방문하시길!



                                                                                    (2024. 4. 12 서교동에서)



2024. 4. 10 - 2024. 4. 21

장소 | 온수공간 2-3F
관람시간 | 12 - 7PM , 휴관 없음


참여작가 | 강지윤, 김슬기, 김정은, 남하나, 봄로야, 윤결, 윤주희, 임유정, 정재연, 정혜진, 조말, 희박
기획/운영 | 카이먼, 로
주관 | 에이전시 곱 @AGENCY.GOP
후원/협력 | 온수공간 @OS_GONG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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