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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Jan 29. 2019

유능한 직장인은 백수가 된다

직업이 없는게 문제다

최근에 몇년 전 퇴직하셨던 옛 팀장님의 소식을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회사를 차리셨는데 그 회사가 투자를 받게 되면서 본인 주식도 일부 매각했다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주식 매각금액이 자그만치 50억이란 거다. 50억이면 사실 직장인으로 평생 모을 수 없는 돈 아닌가. 충격과 부러움 속에 머릿 속 깊은 곳에서 그 팀장님에 대한 기억을 뒤적여 보았다.



그 팀장님에게 직장이란 무슨 의미였을까?


팀장이 되긴 했으나 승진이 빨랐거나 인정받는 분은 아니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팀장이 되었는데 그때도 조금은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많았다. 소위 말해서 잘나가는 직장인은 아니였던 셈이다. 엔지니어부터 시작해 여러 부서를 떠돌다 재무에서 팀장을 달아 커리어의 전문성도 없었다.


직장인은 보통 오랫동안 인정 받지 못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직장인 에너지원 : 인정 & 월급) 그런데 그분에게는 그런게 없었다. 잘나가는 동기나 후배를 보면서도 조바심 내는 법도 없다. 오히려 한번은 팀원들 앞에서 자신은 인사고과 최하등급도 많이 받아봤지만 고과에 연연하지 않아서 괜찮았노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강철 멘탈 보유자'였다. (팀원들이 연말에 고과에 대해서 딴소리 못하게 하려는 밑밥이였을 수도 있다)


회사보다는 오히려 밖에 관심이 많았다. 자비로 석사 학위도 따고 개인적인 투자 모임에도 나가며 정기적인 네트워킹을 유지하였다. 팀장임에도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고 세상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회사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드는 듯 보였다. 나중에는 팀원들끼리 우리 팀장님 짤리는거 아니나며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던 팀장님이 어느날 회사를 그만두었다. 직접 내막을 듣지는 못하였지만 어떤 일에 얽히면서 반 강제적으로 그만두게 되신거라 들었다. 계획된 퇴직은 아니였다. 분명한건 직장에 갇힌 분은 아니였어서 퇴직하시면서도 큰 고민은 안하셨을 거라는 거다. (평소에도 퇴직 이후 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 하셨다)


글·그림= 이말년


유능할수록 직장인 패러다임에 갇히기 쉽다


(나를 포함한) 직장인은 직장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직장이라는 프레임안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건 이런 식이다.


직장인에게 명함이란 사회적 지위의 증명서고, 담당 업무는 곧 전문성이다. 세상의 수많은 전문가는 그저 초빙 강사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회사의 문화가 곧 우리 사회의 보통 기업문화다. 스타트업의 기업 문화란 구글과 같은 급으로 뉴스나 책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건너들어서 알긴 하지만 체감하지 못하니 딴세상 이야기이다.

실제가 뭐든간에 회사 내의 것이 아닌 것은 전부 '참고사항'이다.


'회사 = 사회' 인 상황에서 직장내에서 인정 받지 못한다는 것은 '쓸모없다'란 말과 동격이다. 이런 패러다임에서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직장 세상'에서 어떻게든 인정받도록 아둥바둥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직장인 패러다임'이라 한다면 이 패러다임에서 행복은 고과로 '나래비' 세운 순위로 결정된다. 결국 행복은 상대평가로 결정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의 행복은 다른 누군가의 불행이다.


보통 유능한 직장인일수록 직장인 패러다임에 갇혀있다. 자신의 업무방식이 회사내의 인정과 보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온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능해질수록 회사내 본인의 '지분(영향력)'이 커서 회사밖을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직장인의 생활은 유한하고 언젠가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회사를 떠나야하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성적 관점에서 '직장인 패러다임'을 갖는게 과연 맞는 걸까?


비슷한 메세지를 전에 들은 적이 있다. 한 10여년 전 결혼 인사를 드리기 위해 대학 은사를 찾아 뵈었을 때다. 50대 후반이셨던 은사님은 당시 사회초년생이던 내게 자신의 친구들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인생의 여러 굴곡을 거쳐 지금 나이쯤 되고 보니 젊을 때 생각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였다는 생각을 하네. 대학 친구들 중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30, 40대 한창 때 모임에도 못나오고 바쁘게 살던 녀석들이었어. 그런데 개중에 잘된 녀석들이 그마나 상무 정도까지 했어. 그마저도 지금은 전부 은퇴하고 지금 백수가 되었지. 오히려 그때 회사 적당히 다니면서 야간대학 다니고 학위 딴 녀석들은 지방 대학교 겸임교수가 되서 출강다니면서 행복하게 살아. 회사에 인생을 바치는 것만큼 미련한 것이 없어. 회사생활 열심히 하지 말게나"


당시 사회 초년생으로 회사에서 인정받으려고 고민하던 내게 은사님의 메세지는 조금 쌩뚱맞았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는 말처럼  내 귀에서 흩어져 잊혀졌다. 그런데 직장생활 10여년이 흐른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은사님 말씀이 조금 더 정답에 가깝다라는 생각이 든다.



직업을 위한 재능 찾기


인류가 중세의 무지몽매에서 르네상스로 '패러다임 시프트'한 것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탈리아 항구도시의 작은 관심 덕분이다.(거창하다)  마찬가지로 직장인 패러다임 극복은 자신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Fiverr(파이버)'라는 사이트가 있다.2010년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재능 공유 플랫폼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법률, 프로그래밍, 디자인 등과 같은 전문 서비스 뿐만 아니라 '클레이 만들기', '좋은 발음으로 말하기' '연애 조언해주기' 등의 일상의 사소한 재능까지 거래된다는 것이다. 이는 재능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뒤짚어 놓는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


Fiverr 어플 화면


※참고로 국내의 재능공유 플랫폼으로는 크몽, 숨고, 탈잉 등이 있다.


비슷하게 유튜브에만 가도 '보험설계사가 설명하는 좋은 보험 가입는 법', '보컬강사가 설명하는 가수 분석'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이 나온다. 이들은 'XX생명 보험설계사'나 'XX음악학원 보컬강사'일까? 아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 '직업인'이다.


차분한 관찰을 통해 자신이 가진 재능과 관심을 곰곰히 관찰해보자. 4차 산업시대에는 모든 게 직업이 될 수 있다. 회사 업무가 확장되어 직업이 될 수도 있고(예. 기자가 작가되는 경우) 취미가 직업이 될수도 있다.(예. 프로 게이머) 중요한 것은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직업으로 전환시키느냐이다.


직업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대되는 세상이다. 우리는 더이상 직장인 패러다임에 갇혀 세상을 회사 프레임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직장인이 직업인이 될 때 비로소 직장인 패러다임을 벗어던질 수 있다. 그런면에서 사소한 재능 찾기도 직업 전환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직장에 갇혀 살기에는 직장인의 삶은 팍팍하고 유한하다. 모든 것이 직업이 되는 세상에서 '직장인'이지만 자신을 직장에 가둘 필요는 없다. 우리는 쓸데없는 것을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쓸데없는 것도 '안하는게' 문제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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