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유지되지 않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면, 삶 역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영원히 변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땅과 바다가 그렇듯, 내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절벽 끝보다 조수가 밀려드는 해안과 비슷하다" - 줄리언 바지니.
생태 철학을 공부하면서 경계의 개념에 천착했다. 논문 주제도 경계성이다.(16년째 쓰고 있다.) 영국의 시인 존 던은 삶의 경계성 개념을 시로 말했다. 삶이란 관계의 문제고 관계란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이 맞닿는 지점, 즉 경계에 대한 문제다. 일이 발생하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도 제각각의 개념과 존재들이 만나는 경계를 재해석하고 정의하고 재구성하는 일이다. 직무 역량이 있다는 것은 경계를 정확히 파악하며 경계를 재구성함으로써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출생은 내 삶의 경계가 시작되는 지점이고, 죽음은 경계가 끝나는 지점이다. 삶의 변화, 기회, 성취는 한계라는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경계를 넘어선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어떤 때는 경계 안에 머물러야 하고, 어떤 때는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걸 잘 아는 걸 지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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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든지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닐지니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리라
만일에 흙덩어리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게 될지면
유럽 땅은 또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만일에 모래벌이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며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렇게 되어도 마찬가지어라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
- 존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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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뿐이라,
모든 생명, 모든 존재도 그러하리라는 생각,
겸손의 싹이 피어나는 지점이다.
겸손한 마음은 나와 타인의 경계를 재구성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