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에 문자 하나가 왔다. 건국대학교의 교수인데 내 책을 이번 학기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며 물어 볼 것이 있다 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몇 대학에서 교재로 쓴다는 말은 들었다. 10년 세월이 지난 지금은 별 새로울 것도 없는 책이라 효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세우고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로 취업 교과목 수업을 위한 교재를 정하기 위해 서점에 가서 모든 취업 서적을 모니터링 했는데, 내 책이 교재로 가장 적합해 선택한 것이라 했다. 그리고 학기가 마무리되는 12월에 학생들을 위해 특강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첫 책에서 말한 내용과 메시지가 아직 유효하다는 생각. 내게 당연한 것이라 해도 타인에게는 새로운 것일 수 있다는 생각. 사람은 자신 기준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자신의 기준과 판단으로 타인이 느낄 가치까지 미리 판단한다. 세상 무엇이든 의미와 가치를 가지려면 그것이 상대에게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데 헛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내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것을 묵묵히 세상에 내어 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픈 수요자 중심 접근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겠다. 알아줄 사람이 많지 않다 지레짐작 판단하고 가치 있다 여기는 일에 집중할 에너지를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내는데 대부분 써버리는 일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관심을 얻고 파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스스로를 침식 시켜 무너뜨리는 일이다. 독자, 수요자, 역지사지의 태도가 가치 창출이 아니라, 관심 확대로 치우치면 애초에 추구했던 가치도 흐려진다. 치열한 마케팅의 세계에서는 강남 빌딩 건물주 아르바이트하는 한가로운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비즈니스의 세계가 전쟁터라면 소총을 현란하게 다루는 솜씨가 화력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곧 화력의 크기 아닐까?
세상은 우리의 생각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일어나고, 99.9% 장담했던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즈니스의 세계든, 일상의 세계든 마찬가지다. 미스터리가 하나 남았다. 2019년 개정판이 나오면서 첫 책은 절판 되었는데, 어떻게 서점에서 첫 책을 만날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삶의 위기이자 기회, 기쁨이자 슬픔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만드는 가치가 세상의 중심에 가 닿기를 고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오래된 책을 좋게 봐주어서 고맙다고 했고, 한 학기의 수업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했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방법>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아야겠다. 가치 자체를 말하는데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