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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라


입력값과 출력값이 정해져 있어, 특정 입력값에 대해 정해진 출력값을 잘 찾아내는 학생을 공부 잘한다고 말한다. 입력값은 문제고, 출력값은 답이다. 누가 누가 빨리 주어진 입력값에 대한 출력값을 찾아내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을 시험(한국의 시험)이라고 말한다. 특정 값이 주어졌을 때 정해진 값을 찾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한 학생들은 졸업 후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


일은 두 가지가 있다. 입력값과 출력값이 정해진 일과 입력값도 출력값도 없는 일이다. 입력값과 출력값이 정해진 일은 누가 해도 문제가 없는 대체가능한 일이다. 업무 매뉴얼이 있고, 매뉴얼대로 하면 되는 일이 대부분 그런 종류의 일이다. 또 하나의 일은 스스로 상황과 일을 정의해야 하는 일이다. 입력값을 스스로 만들어 내어야 하고, 출력값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기계와 AI로 인해 전자의 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후자의 일은 사람이 없어 못 구하고 있다.


후자의 일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기획력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기획이나 창조적인 일은 인간이 하고, 수행은 AI가 하는 방식으로 점점 빨리 변해갈 것 같다.


학교와 현실의 간극이 클수록 사회도, 학생도 힘들어진다. 소위 말하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기른답시고, 기업의 요구에 학생을 끼워 맞추는 교육도 곤란하다. 자신 기업의 성장을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제대로 알고 있는 오너는 무척 드물기 때문이다. 시키는 일이나 고분고분 해내는 구성원만 원하는 기업은 곧 사라지거나 빠른 속도로 기계(AI)가 그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세상이 많이 변할 것 같다. 특히 직업이 많이 변할 것 같다. 정해진 대답을 잘하고 시험을 잘 치는 학생보다는, 인간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다양성과 소통할 줄 아는 학생들에게 많은 직업적 기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교육은 인간다움을 재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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