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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라



한국 사람들은 "제 잘 살아", "제 좀 살아"라고 하면 대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잘산다의 <잘>이라는 경제적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에게 잘 산다고 말하면 무슨 뜻인지 헷갈려한다. live well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잘 사는 것이 어떤 의미냐고 물어올 수도 있다. 그러면 친절하게, 아.. 그게..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잘산다는 것은 삶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돈, 소유물, 직업, 부동산 같은 것과 연관된 개념이라고 설명하다보면 우리가 말하는 <잘>은 <rich>라는 걸 알게 된다. 영어 단어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사람이 되거나, well=rich의 가치관을 가진 인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잘>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옳고 바르게, 좋고 훌륭하게, 익숙하고 능란하게라고 설명하고 있다. 돈과 연관된 의미는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잘>을 <삶>과 결합시킨 <잘산다>를 경제적 의미로 쓸까?문득 궁금해져 생각해보니, 새마을 운동의 <잘살아보세>가 떠오른다. 절대 권력을 가진 국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언어 습관일까? 잘 산다는 것을 아주 단순하게 경제적 조건만의 문제로 정의하고 오랜 세월 각인시킨 결과일까?




잘산다의 뜻을 복원시키면 좋겠다. 잘산다고 하면, <자신과 세상을 능숙하게 다루는 과정을 통해 옳고 바르고 훌륭하게 산다>는 뜻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자신과 세상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세상을 잘 알아나가고, 그 다음에 옳은 일, 바른 일, 훌륭한 일을 위해 자신과 세상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면 좋겠다. 그런 교육을 주고받으면 신이 날 것 같다.




부자보고 잘산다고 하면, "돈이 많은 것지, 그게 뭐 잘사는 거냐?"라고 말한다는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부자든, 가난하든 가진 것과 잘 사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지적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외국인들과 좀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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