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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Dec 19. 2021

톱질


토요일, 혼자의 시간. 책장을 짜서 책 정리를 하고, 이발도 하고, 사무실 가서 동영상을 찍는 것이 계획이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10시부터 책장을 만들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방치된 책을 추려 옮기다 보니 오후 4시가 넘었다.


내게 톱질을 제대로 가르쳐 준 사람은 군대 이등병 때 곧 제대하는 말년 병장이었다. 그는 참 명랑한 사람이었다. 톱날, 톱등, 콧날이 하나의 선으로 보이도록 시선을 고정하고 밀 때는 힘을 주지 말고, 당길 때만 힘을 주는 것, 톱밥이 쌓이면 후~후~ 불어가며 그은 선을 확인하며 정확성을 유지하는 것,  힘이 아니라 리드리컬한 요령으로 해야 톱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 무엇보다 힘들어도 참고 조금씩 견뎌야 톱질을 위한 근육이 생기는 것. 톱질의 핵심은 정확한 방법으로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 생각해 보니, 공부도 일도, 운동도 삶도 톱질과 비슷한 것 같다.


작년 5월의 어느 날, 갑자기, 조근조근 친절하게 설명해 준 그 고참의 이름이 떠올랐다. 검색해 보니 남해에서 아이들을 위한 목공방을 열어 가르치고 있었다. 30여년 전, '이 사람, 참 잘 가르쳐준다. 기능뿐만 아니라, 기능 속에 스스로의 고민, 삶의 원리와 삶의 통찰을 담아 전달하는 것 같다.'라는 빛바랜 느낌은 잘못된 기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 같다.


작년 6, 남해에  일이 있었고, 부산으로 오는 길에, 연락도 없이 목공방을 찾아, 고참을 만났다. 예전 얼굴 그대로였다. 옛날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나를 기억 못했다. 고작 3 정도 함께 일한 사이니 당연하다. 서로 시간 넉넉할  다시 찾아오겠다 약속하며 인사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  사람은 찾아 주어 고맙다며 나를 안아 주었다.  포옹할 때의 체온과 향기가 느껴진다. 내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타인에게 나눠주려는 사람에게서 느낄  있는 온기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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