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미터 넘는 산을 3일 동안 걸어
혼자 포카라에 왔다는 14살 소년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아버지는 마오이스트로 몰려 죽었고,
어머니는 몸이 아파 농사를 지을 수 없었어.
엄마와 두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소년은 포카라로 왔어. 11살 때
외국인들이 오는 식당에서 심부름을 하고 설거지를 하며 이를 악물고 영어공부를 했어.
13살부터는 어설프지만 영어로 주문을 받으며 서빙도 했어.
소년은 밥을 먹으러 온 손님과 어쩌다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지
영어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 하지만, 식당주인은 달가워하지 않지.
그래서 주인이 자리를 비웠을 때 눈치를 보며 살짝살짝 이야기를 나누지.
소년은 행복하데, 몸을 누일 공간과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소년은 자기가 잠자고 공부하는 1평도 안 되는 창고 옆 칸막이 공간을 보여주며 말했어.
“여기가 내가 지내는 곳이야.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서 착한 의사가 되고 싶어.
그래서 우리 엄마 병도 고쳐 줄 거야. 암이래.”
소년의 꿈에,
어떤 여행자는 허탈한 웃음을 짓지.
어떤 여행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년의 눈을 바라보기만 하지.
어떤 여행자는 자신이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를 깨달으며 더 행복해지기도 하지.
소년은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절실하게 찾고 있는지도 몰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쩌면 죽을 순간까지.
정치인은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지.
“스스로 극복하고, 일어서게 해야지,
지금 작은 도움을 주는 건 결국 소년의 인생을 망치는 것,
감상에 젖어서는 안 돼.”
할머니는 죽기 전에 말했어.
사람은 뭔가 나쁜 결정을 할 때 이렇게 말한다고.
“우리는 지금 감상에 젖어서는 안 돼.”
포카라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연 많은 여행자들이 눈 덮인 산과 호수를 바라보며 감상에 빠지지.
여행자들을 위한 포카라의 수많은 식당, 숙소, 카페에는,
감상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연 많은 네팔 친구들이
충혈된 눈을 비비며 오늘도 뻑뻑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
포카라는 호수라는 뜻.
포카라에 온 여행자들은 설산 아래 호수를 바라보지.
밑에서 몸부림치며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호수라는 사실을 몰라
잔잔한 수면만 바라보다 집으로 가지.
그들도 다시 자신만의 호수 아래로 돌아가지.
모두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