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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by 피라

북적이는 방콕의 출근시간 53번 버스

한 눈에 들어오는 가장 피곤한 얼굴


달리는 버스 안을 힘겹게 움직이며

승객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돈을 받는 버스 안내양

겨자를 푼 밀가루처럼 누렇게 찌든 얼굴이 말하지

영양실조, 수면부족, 힘든 일이 많아 곧 쓰러질 것 같다고

하지만 종점까지 이를 악물고 서 있어야 한다고

버스가 덜컹여 소녀가 비틀거릴 때마다 소녀의 집도 비틀거려

누가 볼세라 소녀는 쥐어짜듯 미소를 짓지

마지막 자존심일까? 마지막 책임감일까?

방콕에서는

힘겨워 쓰러질 것 같은 이들도 미소를 짓지


그런 미소를 쳐다보지도 않는 여행자

그런 미소 위에 군림하는 여행자

그런 미소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여행자

그런 미소에 미소 짓는 여행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고


여행이란

미소만 보던 사람으로 떠나

미소 너머를 보는 사람으로 돌아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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