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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칸

by 피라

상아빛 하얀 새 코코칸


엷은 노을빛 목도리를 두르고,

새벽부터 마을을 가로지르며 작은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네.


고르고 또 골라 하나씩 하나씩.

물고 와서는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하나씩 하나씩.

얼마나 날아올라야 겨우 몸을 누일 작은 공간이 만들어질까


나무 위의 둥지는 비도 피할 수 없어,

우기가 끝날 무렵 집을 짓기 시작하는 걸까

곧 세상에 나올 새 아기 때문일까


여행자들이 머무는 우붓 중심가에는 코코칸을 보기가 어려워.

우울할 때 아기만한 멋진 하얀 새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열릴텐데.


이곳까지 와서도 맛집을 찾고, 쇼핑꺼리를 찾느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여행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어.


모든 걸 초월한 듯한 여행자들도 앞만 보고 다니지.

꿈과 욕망으로 꿈틀대는 다운타운을 벗어나 오토바이로 10분을 달리면

열매대신 하얀 새들을 주렁주렁 품고 있는 커다란 나무들의 바다가 펼쳐지지.


숲 속의 작은 마을, 코코칸 마을.

나무위에도 하늘에도 길가에도 지붕 위에도 오토바이 위에도 온통 하얀 새들.

셀 수가 없지.


땅에는 사람이 살고, 하늘에는 새가 살아.

나무는 사람과 새를 연결하는 코코칸의 보금자리.

일 년 내내 여름이라 가을이 그리워서일까

여기 사람들은 새똥을 낙엽처럼 여기는가봐.


길가에 지붕 위에 오토바이 위에 새똥이 떨어져도 아무도 개의치 않아.

아이들은 깔깔거리기까지 하지.

어떤 나라 사람들은 낙엽도 쓰레기로 여기는데.

어떤 사람들은 길에 배고픈 고양이가 나타나기만 해도 쫓아버리고,

심지어 죽이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런 사람들이 코코칸 마을에 산다면,

일주일이면 수천마리의 하얀 새들은 사라졌을 거야.


코코칸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불편보다 다른 생명의 삶을 더 중요하게 여겨.

어떤 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바보라고 불러.

어떤 나라에서는 자신이 불편하면 다른 생명쯤이야 아무 상관없다고 여겨.

코코칸 마을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나쁜놈이라고 할 거야.

나쁜놈들이 사는 동네보다는 바보들이 사는 동네가 더 살기 좋을 것 같아.

사는 게 편하고 웃을 일이 많을 것 같으니까.


코코칸 마을에는,

똥은 싫지만, 똥을 눈 생명의 삶을 먼저 헤아리는 사람들이 살아.

길을 걷다가 똥을 밟고, 목덜미에 떨어지더라도.

깔깔깔 웃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


어떤 나라에서는 수십마리 백로가 귀찮아 수백그루 소나무를 베어 버렸지.

어떤 나라에서는 굶주리고 길 잃은 동물이 나타나기만 해도 죽이지.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애들에게 가르치지만 어른들은 그렇게 살지 않아.

아이들은 점점 어른을 닮아 가는데,

어른은 요즘 아이들은 엉망이라고 말하지.


모두 함께 사는 법을 잊은 탓이야.

발리섬의 우붓 외곽 뿌뚤루 마을에는

새들과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어.

아주 오랜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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