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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by 피라

에일랏

키부츠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5개월의 추억을 큰 배낭에 꾹꾹 눌러 담아

텔아비브행 시외버스 짐칸에 넣었지


탈출의 역사를 가진 자부심 넘치는 거리

자신들만 특별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도시

텔아비브에 도착 후 배낭이 사라진 걸 알았지

젊은 날의 소중한 과거와 미래도 사라졌어

몸뚱아리는 있지만 내가 사라진 기분

한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어

배낭만 생각하며


특별한 사건이었지.

도살장에 끌려가던 돼지 두 마리가 탈출했어

한동안 돼지들은 잡히지 않았고, 뉴스에도 나왔지

사람들은 돼지에게 이름까지 지어줄 정도로 유명해졌어

부치와 선댄스라고


결국 잡혔지만, 사람들은 그 돼지들을 죽이면 안 된다 했지.

특별한 돼지라며.

정성껏 마련해준 보금자리에서 도살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데.


탈출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돼지들은 도살장으로 향하지.

특별한 돼지가 아니니까.


지진에 살아남은 소 세 마리.

특별한 소라며 도살하지 않고, 살려두기로 했데.

관심 받지 못한 소들은 도살장으로 향하지.

특별한 소가 아니니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자신들만 특별하다고 믿으니까.

힘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은 무시당하지.

자신들만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도살을 당하지 않으려고

특별해지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그게 나라는 걸 알았어

취업과 일을 생각하며


최소한의 필요와 평범함을 위해 특별함이 요구되는 시대

텔아비브행 버스에서 잃어버린 것은

특별해야 살아남는다는 두려움과 무기력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과 계획을

배낭에 꾹꾹 채웠거든.


텔아비브는 특별한 곳이야.

사막을 달리는 동안

혼자만 탈출할 마음을 도난당했으니까.


텔아비브는 봄의 언덕이라는 뜻이야.

배낭을 잃어버리고 삶의 봄이 왔어.


얼마 후,

숨 쉬는 모든 것들을 똑같이 여기게 되었거든


내가 그들과 똑같다는 걸 알고 나서

하나를 더 알게 되었어


난 처음부터 특별했다는 걸

모두가 그렇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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