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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Mar 16. 2022

상투성



             

모든 상투성의 근원을 추적해 가면 단 한 가지 원인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 안의 세계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버트 맥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나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이나 모두에게 상투성은 중요한 문제다. OTT에서 주말에 볼 영화를 고르는 일, 친구와의 대화, 메뉴 선택, 새 프로젝트, 사업 타당성 검토, 마케팅, SNS 등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타인의 관심을 얻는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인간은 새롭고, 창의적이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 필요한 것에 관심을 보인다.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싸워야 할 대상은 상투성이다. 상투성에서 벗어나는 건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 삶의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신의 삶이 재미 없다면 그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자신을 제대로 모르거나, 세상을 제대로 모르거나. 대부분의 둘 다 모른다. 자신도 세상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안다고 착각하며 산다. 그래서 삶이 재미없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삶의 상투성이다. 어떤 이는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이는 세상에 대해 알려고 노력한다. 자신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알아도 세상에 대해 모르거나, 세상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알아도 자신에 대해 모른다면 상투적 삶을 살게 된다. 상투적 삶을 사는 사람은 삶이 재미없다 여긴다.




삶의 재미를 찾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삶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다. 자신만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세상에 대해 알아간다. 삶이란 나와 세상의 상호작용 과정이다. 나와 세상의 상호작용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체화된 상태, 지속되고 반복되는 행위가 <일>이다. 진로 고민은 자신의 일을 찾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진로를 찾는다는 건,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자신과 세상에 대해 깊고 넓게 알아야 좋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아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 알 수 없다. 상호작용 과정이 앎의 과정이다. 삶은 나와 세상의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이 지치고 재미없고, 힘들다면 나를 모르거나, 세상을 모르거나, 상호작용을 모른다는 뜻이다. 나, 세상, 상호작용의 원리, 이 세 가지를 제대로 모르면 우리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다. 진로 선택이 어렵고 삶이 어려운 이유다. 진로는 선택의 문제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선택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삶이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든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든 상투적이지 않은 이야기,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선택 자체가 두렵거나,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지다. 선택지가 많아서 선택을 못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 무슨 이야기를 넣고, 무슨 이야기를 뺄 것인지 선택하는 일에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건 내 인생 이야기 안의 세계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작가가 더 이상 창작을 안되어 절망에 빠지는 것이나, 각자의 삶에서 더 이상 재미와 의미를 찾지 못해 삶을 멈춰진 상태의 원인은 똑같다. 작품이든 삶이든 자신이 쓰고 있는 안의 세계를 제대로 모름 때문이다. 앎이란 나와 세상이라는 두 세계가 촘촘히 엮인 자연의 생태계처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아는 일이다. 세상은 곧 타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는 세상과 자신에 대해 안다고 착각한다. 알만큼 아니까 삶이 재미없어진다고 착각한다. 단연코 아니다.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나와 세상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이라는 시간과 장소에서 멋진 이야기를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한계를 극복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상투적 선택이 아니라, 창의적 선택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고 여기는 대상들 속에서 재미와 의미가 담긴 새로움을 발견하는 선택. 그것이 한계를 극복하는 창의적 힘이다. 바로 상투성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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