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표현

by 피라



고졸에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독학으로 배우고 연구하다 구글에 입사한 김종민씨는 일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의사표현이라고 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의 어려움이 아니다. 현안이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데, 김종민씨는 할 말이 없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모든 팀원들은 어떤 말이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데, 자신은 그럴 수가 없어서 초기에 너무 힘들었단다. 무언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갖고 그걸 언어로 표현하는 걸 힘들어 하는 건 김종민씨의 개인적 성향 때문만일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건 어쩌면 다수의 한국인들의 공통적 성향 아닐까. 우리 사회는 다양성 인정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먼 사회이기 때문이다. 먼저 학교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경험을 할 기회가 적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그렇다. 학생이, 사회인이 배우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해야 할 것 같은 말들이다. 그걸 우린 사회 생활이라고 말한다. 해야 할 것 같은 행동, 해야 할 것 같은 말을 생각하면서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무난하게 존재하는 것이 상식이 되는 곳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도 문제해결의 솔루션도 나오기 힘들다. 그런 조직 문화가 고착화된 기업은 생산성도 성장도 기대하기 힘들다. 공무원 조직이든 영리 기업이든 똑같다. 일이란 문제해결의 과정이고, 문제해결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다.




<네 의견을 말하지 마라>는 분위기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 때부터 해서는 안되는 행동, 해서는 안되는 말, 해서는 안되는 것을 먼저 배운다. 당연한 과정이지만, 내 안에 잠재된 생각, 행동, 감정을 억누르고 상대가 원하는 뭔가만 표현하는 것만 배우면 곤란하다. 나를 표현하는 것과 나를 통제하는 것이 적절히 조화가 되어야 건강하게 성장한다. 표현의 억압되고 표현되지 못한 욕구가 쌓이면 우울증, 무기력, 열등감, 외로움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된다. 일의 시작과 끝은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의 시작은 의사표현이다. 그럴듯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의사표현의 시작이다. 회의 때 허구헌 날,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말만 하는 사람은 조직에 머물 이유가 없다.




일에서 의사소통 능력이란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의견, 듣고 싶어하는 의견, 그럴싸한 말을 하는 능력이 아니다. 의사소통은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잘하는 것.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잘하는 방법이다.


직책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문화가 기업 성장의 바로미터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말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호기심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질문하는 방법, 질문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질문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질문에 대답할 수도 없다. 학생들의 취업 역량도 그렇다.




학교에 가서 시간을 보낼수록 자기가 주도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암기하고 주어진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그런 거에 익숙해지는 상황, 그것이 삶의 전부라 여기는 상황.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의사소통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비극적 결과가 초래된다. 사회적 성취과 개인적 성취가 연결되지 않아 자존감이 결여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더라도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 스탠포드 교육대학원의 부학장인 폴킴은 이런 현상을 학생들에게 수갑을 채우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질문하지 않는 사회는 무서운 사회라고 한다. 의사표현이란 질문과 대답이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질문하는 구성원이 없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곧 붕괴될 조직이니까.




시작은 교실이라고 본다. 학생들 대부분이 보내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상대의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또 말하는 의사소통 과정을 연습 시키지 않으면 일을 통해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개개인의 미래는 어둡다. 개인의 미래가 어두우면 기업의 미래도 어둡고, 이는 곧 그 사회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좋으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이 학교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시작은 교과 시간에 다양한 주제로 5분씩만 의사소통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해야 할 말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니까. 생각하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다시 말하는 반복적 과정.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더 하면 이 모든 과정을 총합해서 표현하는 쓰기 정도가 있겠다. 이는 기업의 직무 수행 과정 및 내용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교육이 가장 본질적인 역할에 충실할 때,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니, 자소서 작성법, 면접 기법 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정보 제공에 머무는 무의미한 취업 역량 교육은 이제 그만 하자. 학생들과 기업을 위해서. 다시 말하면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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