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람

by 피라


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다. 몸이 자라고, 정신이 자란다. 몸만 성장하고 정신이 그렇지 않거나, 정신만 자라고 몸이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정신이 자라기 위해서는 디지털 세계의 1과 0처럼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이 필요하다. 스스로 화장실을 가고, 스스로 밥을 먹고, 스스로 글자를 쓰기 위해서는 난 할 수 있다. 혹은 이거 재미있다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어렵다, 해도 안 된다. 싫다, 짜증난다 등의 부정적 태도와 의심을 극복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자기 확신이다. 자기 확신은 자동차로 치면 엑셀레이터다.


자기 확신으로 무조건 마음을 따르기만 하면 정신이 자라지 못한다. 초클릿과 사탕을 먹고 싶은 마음, 씻기 싫은 마음, 채소를 먹기 싫은 마음,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 누군가를 때리고 싶은 마음 등이 생길 때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자기 의심의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성찰하는 태도다. 자기 의심은 메타 인지와 연결된다. 나를 바라보는 나를 키워 나가야 한다.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와 같다.


아이든 어른이든 배우고 성장하려면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잘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 공부 할 때나, 연애를 할 때나, 일을 할 때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의 태도를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업무 회의 때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내 말에 대해 상대가 반론을 제기할 때 이를 객관적 입장에서 수용하는 태도는 자기 의심에서 비롯된다.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이 서로 상호 작용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사생활의 문제든, 업무의 문제든 똑같다.


머리로는 알지만 항상 서툴다. 자신의 일이 되면 감정과 개인의 경험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한 쪽 눈은 자기 확신, 다른 한 쪽은 자기 의심의 렌즈를 끼고 바라봐야겠다. 그러면 나와 얼마나 떨어졌는지 거리를 알 수 있을 거다. 욕심 부리지 말고 딱 눈에 보이는 그 거리 만큼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반성하고 연습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벚꽃